Diary

가위에 눌리다

무소의뿔 2022. 7. 18. 15:28

오랜만에 가위에 눌렸다. 청계산을 등정하고 나서 너무 피곤했었나보다. 6시에 커피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11시 반도 안 되서 곯아떨어졌는데, 가위에 신음하다 간신히 깨어나니 새벽 1시간 반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Sleep Cycle 어플에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니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낑낑대는 게 참 가여웠다. (참고로, Sleep Cycle 어플은 수면 중의 움직임과 소리를 분석하여 깊이 잠든 정도를 파악해주는 어플이다.)

가위를 자주 눌리는 체질은 아니다. 1년에 한번 또는 두번 정도 눌리는 것 같다.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지. 수백 개의 팔 또는 나뭇가지가 마치 정글처럼 얽혀 있어 나를 짓누르려는 검은 실루엣이 눈 앞에 펼쳐졌고, 몸을 움직이려 애를 썼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곧이어 장면은 전환되어 내 침대 무릎 부근에 사람 얼굴의 형상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엄마의 얼굴 같기도 하다가 기괴한 모습일 것 같기도 하다가 종잡을 수 없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엄마라면 도움을 요청할라고 했었다.

간신히 깨고 나서 황급히 핸드폰을 켜고 아이코스를 집어들었다. 바로 다시 잠들기엔 너무 두려웠기 때문에, 담배의 힘을 빌려서라도 조금 깨어있고 싶었다. 하지만, 채 5분을 못 버텼던 것 같다. 다행히 다시 잠든 후에는 가위를 눌리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위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정확한 명칭은 '수면마비'라고 한다. 그래 이 모든 것들에는 다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비록 닥쳤을 때는 아득하고 두렵고 공포스럽지만, 사실과 진실을 알고 나면 두렵지 않다. 그래도, 당분간 가위는 안 눌렸으면 좋겠다ㅎㅎㅎ

http://ansan.kumc.or.kr/dept/disease/deptDiseaseInfoView.do?BNO=340&DP_CODE=ASPY&MENU_ID=004005 

 

정신건강의학과

<!-- --> 수면마비[가위눌림] 정의 흔히 가위눌림이라고 알려져 있는 수면장애가 의학적인 용어로는 수면마비를 말합니다. 수면마비는 수면시작 혹은 수면 말미에, 흔히는 꿈꾸는 수면(REM sleep) 직

ansan.kumc.or.kr

낑낑대는게 새소리 같았나보다. 개소리 같지 않은 게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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