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만 여행의 마지막 날이 왔다. 원래는 공항이 있는 타오위안으로 넘어가서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비행기 수속을 할 계획이었는데, 비행기가 한 3시간 지연이 되는 바람에 다시 타이베이로 건너가기로 했다. 타이베이로 가는 점심 열차를 타기 전 타이중에서 1시간 반 정도 짧은 오전 여행을 이어간다.
우선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춘수당으로 향했다. 대만 밀크티의 원조집이라고 한다. 밀크티 말고도 식사 메뉴도 판매하는데 밀크티만 주문했다. 11시에 오픈인데 놀랍게도 웨이팅 1번으로 우리가 왔다.
원조집이라고 해서 엄청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다른 데보다 훨씬 차 맛이 고급진 느낌은 있었다. 일단 그리고 컵이 너무 예쁘다.
다음으로는 가벼운 아점을 즐기러 홍루이젠 본점으로 향했다. 샌드위치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대만에 왔으니 홍루이젠 한 번은 먹고 가야지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직원들만 분주하게 일하고 있고 가게를 열지 않는 날이라고 한다.
홍루이젠을 포기하고 역으로 가는 길에 로컬 식당에 들려서 점심을 해결한다. 로컬 식당 위주로 다니면 의외로 식비가 저렴해서 놀랄 때가 많다.
양고기 국수와 발효 계란을 앙코르로 즐겨본다. 국물이 자작한 것이 일품이다.
타이베이로 바로 가는 기차표를 미리 못 구해서 타오위안으로 갔다가 거기서 공항철도를 타고 타이베이로 들어가야 한다.
긴 여정 끝에 타이베이로 돌아왔다. 맛이 궁금했던 편의점 음료에 도전해 본다. 대만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진한 느낌의 과일쥬스들을 많이 판다.
다시 돌아온 시먼딩.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들린 곳은 역시 시먼딩이다. 4번은 지나간 듯하다. 일요일이라 놀러나온 타이베이 시민들로 낮부터 분주하다.
우선 지파이를 간식으로 즐겨본다. 대만의 국민 간식이라고 할 수 있는 지파이는 닭가슴살을 넓게 펴서 튀겨낸 일종의 닭튀김 요리이다. 돈까스에서 패티만 닭가슴살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파이로 유명한 몽가에서 주문해서 먹어 본다. 겉바속촉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튀김은 바삭하고 닭가슴살은 수비드 조리한 것마냥 촉촉하다. 닭가슴살이라면 나도 어디에 꿇리지 않을 정도로 많이 먹어봤기 때문에,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시먼딩 안쪽의 광장에서는 중국과의 정세를 둘러싼 소규모 시위대가 주말을 맞이하여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남북한 관계만큼이나 복잡하고 껄끄러운 중국과 대만의 관계에 대해 잠시 고민해 보게 된다. Hong Kong Today, Tomorrow Taiwan 문구가 인상적이다. The Day after Tomorrow는 대한민국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잠시 가져본다.
출국 전 현지 기념품 쇼핑을 즐기기 위해 까르푸에 들렀다. 시먼딩에서 1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야 나오는데, 대만의 할인마트는 까르푸가 꽉 잡고 있다. IMF 직후 우리나라에 까르푸가 들어왔다가 몇 년 안 되서 철수했던 기억이 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엄마랑 까르푸에 가서 종종 장을 보곤 했었다.
까르푸에서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 15년산 비노바리끄를 구매했다. 까르푸도 상당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었지만, 근처 리쿼샵은 2만원 정도 더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게다가 까르푸에서 구매하면 공항에 가서 별도의 세금 환급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리쿼샵은 면세는 따로 없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훨씬 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만은 주세가 거의 없어서 위스키를 구매하기에는 천국과도 같다. 시원하게 글렌피딕 22년산 중화권 한정판을 구매했다.
다시 시먼딩으로 돌아와서 앙코르 취두부를 즐겨보았다. 여전히 냄새는 지독하다.
줄서서 먹는 곱창국수에도 도전해 본다. 지파이만큼이나 인기 있는 한끼 식사가 바로 곱창국수이다. 우리나라와 곱창 조리법이 조금 다르긴 한데, 자작한 국물과 거의 수제비에 가까운 면을 숟가락으로 퍼먹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고수는 취향에 따라 빼고 먹어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고수의 향이 곱창의 누린 느낌을 싹 잡아줘서 좋았다.
잔돈도 다 털어낼 겸 후식으로 빙수를 먹으러 왔다. 한국 여행 프로그램에서 한번 다녀갔었는지 한국 연예인들 사진이 꽤 걸려있었다.
밀크티의 나라답게 밀크티 빙수를 주문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맛이라서 놀랐다. 단순히 얼음을 먹는 느낌이 아니었다. 빙수가 아주 촉촉하게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펄과의 조합도 훌륭했다.
5박 6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그간 착실히 모은 마일을 털어 비즈니스 석을 타고 돌아왔다.
비행 시간이 짧아서 아쉽긴 하지만, 역시 비즈니스가 좋긴 좋다.
마티니 한잔을 마시며 6일 간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부상에서 복귀해서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느라 체력이 부치기도 했지만, 또 맞고 한다고 잠 안 자고 노느라 피곤하기도 했지만, 역시 여행은 참 좋다. 내가 사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또 새로운 경관과 풍경을 마주하며 사유의 폭을 넓혀가는 그 과정이 좋다. 이제 다시 현실에 돌아가서 일상을 잘 꾸려나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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