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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 100대 명산] [013] 파주 감악산 2025. 2. 9. 일

무소의뿔 2025. 2. 9. 22:59

이번 주는 정말 몹시 추운 한 주였다. 그래도 주말부터 날이 좀 풀리길래, 일요일에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등정에 나섰다. 13번째 오를 산은 파주의 감악산으로 정했다. 2023년 1월에 이미 한 번 오른 전력이 있는 산인데, 그때는 BAC 인증을 안 하던 때여서 인증 목적으로 다시 오르기로 했다. 한 가지 또 다른 게 있다면 2년 전 등정 때는 임꺽정봉을 경유해서 오르는 코스였는데, 이번 등정은 출렁다리를 지나 범륜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라는 점. 임꺽정봉 경유 코스는 제설이 잘 안 된 길이라 매우 고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코스는 그에 비하면 훨씬 완만하고 편했다.

네이버로 미리 봐둔 손두부집에서 등정 전에 배를 든든히 채운다.

11,000원 손두부 정식에 반찬이 너무 많아서 황송할 지경이었다. 두부 맛도 훌륭했지만, 정갈한 반찬들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식전에 내 주는 차도 구수하니 맛이 깊었다. 든든히 배를 채워서 등정을 잘 할 자신이 샘솟는다.

출렁다리 근처 주차장 옆에 있는 까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 등정을 시작해 본다. 어차피 산을 오르다 보면 열도 오르기 마련.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카페인을 충전해야 한다.

2년 전 산행 때는 원당저수지를 지나 임꺽정길로 들어선 후 감악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였다. 안내판을 다시 보니 왜 그 길이 그리 고되었는지 얼핏 알 수 있겠다.

그에 비해 잘 정비된 데크 길을 따라 출발하는 산행은 훨씬 부담이 적다. 저번에 출렁다리를 못 본게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참에 그 한을 풀어보련다.

데크 길을 따라 예쁜 등들이 늘어서 있다. 밤에 오면 훨씬 더 예쁠 듯하다. 꽃길만 걷고 싶다 나도 정말...

생각보다 높은 곳에 걸려 있는 감악산 출렁다리. 저 멀리 능선 위에 감악산 정상도 얼핏 보인다.

걸어보니 생각보다 더 출렁거렸다. 안전이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출렁임이 가져다주는 스릴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등산객이 많지는 않았다. 범륜사까지의 구간은 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걷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산 속 깊숙이 있는 절치고는 규모가 꽤 웅장했다. 범륜사 초입부터 제설이 안 되어 있어서 본격적인 겨울 산행을 예고한다.

대웅전에서는 스님 염불 외는 소리가 낭랑하게 퍼져 울린다. 그래도 오늘은 낮 최고 기온이 영하 1도까지 올라서 꽤나 따듯한 편이었다.

아이젠을 차고 본격적인 설산 등반을 준비해 본다. 작년에 분명히 아이젠을 샀는데, 이사를 하면서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아빠한테 빌린 아이젠을 차는데, 오랜만에 아이젠을 차는 바람에 허둥대느라 시간을 꽤 많이 허비했다.

뽀드득거리는 눈 밟는 소리가 오늘따라 경쾌하다. 승봉도 부상 이후 겁이 많아졌고, 그만큼 설산 등반에 대한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눈 밟는 그 특유의 촉감과 소리가 그런 걱정들을 모두 녹여준다.

한 30분 정도 산을 올랐을까, 졸졸 물 흐르는 소리에 주변을 돌아보니 아주 작은 샘이 하나 있었다. 겨울이라 물이 다 얼어붙어 수량이 넉넉치는 않았지만, 기다려서 몇 모금 마시기에는 충분하다.

범륜사를 지나 한 시간쯤 오다 보면 감악산 정상이 어느새 코앞이다. 확실히 경사도 완만하고 길도 험난하지 않다. 재작년에도 이 길로 올 걸...

드디어 오른 감악산 정상!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정상은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있다. 날이 추워서 등산객이 많지 않아 정상에서의 고즈넉함을 즐기기에 아주 넉넉했다.

멀리 보이는 마을은 적성면이고 오른편 임진강 너머가 북한땅이다. 오늘 날이 맑아서 시야가 탁 트여서 좋았다.

의정부, 포천 방면의 풍경. 감악산 정상은 서북쪽 말고는 시야가 탁 트이지는 않아서 조금은 답답한 감이 있다.

감악산의 트레이드 마크, 기상 관측소. 누군가 저 안에서 근무를 하고 있겠지?

기념 사진을 찍으며 오늘의 등정을 마무리해 본다. 이렇게 13번째 등정을 마무리했다. 다음 등산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