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소소한 변화와 적응

무소의뿔 2024. 3. 4. 22:09

회사가 이사를 간다. 선정릉역과 삼성중앙역 사이의 건물에서 코엑스 트레이드타워로 새로 둥지를 옮긴다. 직주근접 때문에 9월 말부터 회사 근처의 허름한 원룸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1997년에 준공된 건물이니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간다. 1층에 음식점이 있어서인지 배수구에서 퀘퀘하고 역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집이다. 월세도 결코 싸지 않다. 오직 직주근접 하나 때문에 자취를 시작했는데 회사가 다소 멀어진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트레이드타워에서의 새로운 회사 생활은 은근히 기대가 된다. 다음 주 중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서 급하게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휴 중에 사진관을 일부러 들러 여권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 보니 일반 여권 사진과 중국 비자 신청용 사진은 요구사항이 조금 달랐다. 중국 비자 신청용 사진은 귀와 눈썹이 훤히 드러나야 한단다. 10시에 맞춰 트레이드타워에 벌써 상주 중인 스탶에게 사진을 전달했는데, 비자 발급 대행업체에서 사진 재촬영을 요구했다. 10시 반에 골프 레슨까지 잡아둔 상황이라, 레슨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레슨 후 연습도 못 하고 말이다. 예습보다 중요한 것은 복습인데 말이다.) 근처 사진관으로 향해 급히 사진을 다시 촬영했다. 오늘 오전은 GCOO의 전동 킥보드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점심에는 오랜만에 친구와 자주 들리던 부대찌개 집에서 부대찌개를 먹었다. 대원정이라고 우삼겹 부대찌개를 참 맛깔나게 하는 집이었는데, 오늘 방문하니 더 이상 부대찌개를 팔지 않는단다. 대신, 김치찌개를 부대찌개 스타일로 내왔다. 대원정 부대찌개는 팍팍한 삶의 소소한 낙이었는데, 과음한 다음 날의 단골 해장 메뉴였는데, 다소 아쉽게 되었다. 이모님께 부대찌개 왜 단종되었냐고 볼멘소리를 하며, 그래도 김치찌개가 참 맛있다며 잘도 먹었다. 배불리 먹었다.

점심을 먹고 피아노 학원을 들려서 2시간 정도 피아노 연습을 했다. 피아노 선생님은 캐나다로 연주를 다녀온다고 했다. 3주 정도는 혼자 연습을 해야 한다. 11월부터 꾸준히 재즈를 연습하고 있는데, 화성학은 참 언제 배워도 어렵다. 하루종일 일하고 머리 아파 죽겠는데, 취미 활동을 하면서까지 골머리를 싸매야 한다고 아쉬운 소리를 했더니, 선생님이 배를 잡고 자지러지게 웃는다. 3주 동안 또 열심히 연습을 해봐야겠다. 요새는 오스카 피터슨의 곡을 연습하면서, upper structure 화음을 연습하고 있다.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 자리를 펴고 느지막히 업무를 시작해본다. 회사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마칠 때까지 재택 근무를 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는 모니터 2개를 놓고 업무를 보았는데, 아무래도 노트북 모니터 하나만으로는 효율이 다소 아쉬워서, 사비를 들여 포터블 모니터를 하나 장만했다. 23만원이라는 상당한 거금이 들었지만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다. 주식매매계약서를 수정하느라 3시간 정도를 일하고, 오늘의 업무를 마무리했다. 지난 주 야근을 꽤 많이 해서 이번 주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5월말까지 재택을 하고 나서 트레이드타워로 출근할 예정이다. 요새는 재택 근무와 갑자기 늘어난 업무 유동성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활용할 수 있을지가 최대 고민이다. 블랙야크의 100대 명산 프로그램과 섬&산 프로그램을 우선 열심히 해볼 예정이다. 3월말에는 도쿄와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벚이 만개한 도쿄 거리를 거닐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4월에는 남도를 좀 돌아볼까 싶다. 우리나라의 예쁜 섬들은 죄다 남도에 붙어 있다.

그리고 5월에는 제주도 워케이션을 떠나볼 예정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달방을 운영하는 서핑 업체를 찾아서 거기서 머물까 싶다. 서핑과 스노클링으로 5월의 제주를 만끽해보고 싶다. 물론 업무가 바쁘지 않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후딱 서핑하고 스노클링하고, 일하다가 해질 때쯤 다시 서핑하고 스노클링하는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라산도 다시 올라야 하고 (2022년 가을에 아빠와 완등했지만, BAC 100대 명산 GPS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제주도로 일하러 내려간 대학 후배 녀석과도 시간을 보내야겠다. 마라도, 추자도, 우도도 돌아보고 싶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할 것들, 도전할 것들, 체험할 것들, 경험할 것들이 끊임이 없다. 즐거운 인생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자잘한 회사복이 있는 편 같다. 2020년에 쿠팡으로 6개월 파견을 다녀오면서 즐거운 재택을 경험했고, LG에서도 참 오래 재택을 했다. 로펌으로 다시 돌아온 이후에도 재택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나는 참 운이 좋다고 느껴진다. 이 시간들을 의미 있는 경험들로 가득 채워보고 싶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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