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이 맑게 개어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로 출근을 했다. 그 동안은 밖이 너무 덥고 습하여 창문을 꽁꽁 닫아두고 있었는데, 아침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가보니 엄마가 맞바람이 치도록 양쪽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바람이 어찌나 선선하고 시원하던지, 가을이 온 것만 같았다. 자전거로 광화문까지 달리면서 성큼 다가온 가을 느낌을 즐겼다.
하지만 점심에 태닝을 받으러 다녀오는 길은 여전한 불볕더위였다. 15분을 조금 못 걷는 거리인데 태닝 기계 속에서 열을 몸에 많이 받아왔는지, 등줄기가 땀으로 적셔진다.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로도 속일 수 없는 더위이다. 그렇다. 여전히 우리는 여름이다.
안과에 들려 인공눈물을 처방받는다고 태닝샵에 좀 일찍 도착했다. 12시 30분 태닝을 예약했는데, 안과 일정이 생각보다 금방 끝나버려 12시 전에 태닝샵에 도착해버렸다. 어차피 밀리의 서재로 독서나 하고 모바일 게임이나 할 요량으로 미리 간 것인데, 기다리고 있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직원이 비어 있는 다른 태닝 기계 이용을 권해왔다. 내가 결제한 태닝 기계보다 더 최신이고, 더 출력이 좋고, 냉방 설비가 더 우수했다. 작은 호의지만 참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신발 밑창의 느낌이 불길했다. 무엇인가가 눌러 붙어버린 기분이었고, 밑창을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껌이 붙어버렸다. 누군가 뱉어놓은 껌을 밟은 모양이다.
고마운 일과 화나는 일, 즐거운 일과 슬픈 일, 명과 암, 희와 비가 은근히 교차하는 오늘은 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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