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Doings

오랜만에 다시 타투!!!!!

무소의뿔 2022. 3. 13. 00:10

오랜만에 타투를 했다. 내 첫 타투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7년에 했었다. 왼쪽 어깨 승모 라인에 작게 레터링으로 "memento mori"라는 라틴어 문구를 새겨넣었다. 우리 말로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당시 내가 직면한 인생의 화두였다. 우리는 매일을 살아가면서 우리 존재의 영속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람은 어제를 살았듯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산다. 타성에 젖어 삶에 대해 메타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멀리 보지 못하고, 그저 하루를 살아낸다.

"Memonto Mori"는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언제든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를 일상 속에서 망각하지 말라는 명령이다. 실존적 선언이다. 우리의 생은 유한하고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인생은 더 빛이 난다. 인간은 자기 생의 유한성을 망각함으로써 생의 소중함을 자각하지 못한다. 유한성에 대한 지각은 인생의 의미를 채워나가기 위한 첫 번째 단추인 셈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생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가치를 위해 살 것인지, 싸울 것인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가꾸어나갈 것인지에 관한 실존적인 의미를 우리 스스로에게 부여하게 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저 lettering을 새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로스쿨 입시를 앞두고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을 때였다. 중국에 여행을 다녀온 아버지가 중국에서 귀한 술을 사왔다고 한 잔 하자고 방에 있는 나를 불렀다. 하지만, 나는 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당시 썩 기분이 좋지 못할 일들이 많이 있었다는 핑계로, 방문조차 열지 않고 일언지하에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가족 간에 모든 일을 함께 할 수 없음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우리 가족은 다들 각자의 이유로 바빠서 함께 모이는 일도 드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일이 자꾸 기억이 났다. 그렇게 거절하고 지나간 그 날은 우리 인생에서 한 번밖에 없는 날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마음에 여유가 있었더라면, 술에 만취할 때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잔이라도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가족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내가 가족과 식사를 하는 횟수는 몇 번이나 남았을까? 같이 여행을 가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성에 대한 지각이 없었다. 영겁과도 같이 긴 세월도 뒤돌아서 보면 찰나와 같이 느껴진다. 가족에게 더 친절해야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에 더 귀기울이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어야 했다. 그런 후회를 하게 될 모습이 머릿속에서 갑자기 펼쳐지면서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나와 내 주변을 위해 얼마나 잘 쓰고 있는가? 그때의 깨달음을 레터링으로 새긴 것이 나의 첫 번째 타투였다.

5년 만인 두 번째 타투는 다소 충동적이었다. 물론 내가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은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름의 개똥철학과 이유는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2021년을 보내고, 삶의 중심을 못 잡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내 인생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무한한 터널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간신히 헬스를 하면서 붙잡고 있기는 하지만, 구심점이 없는 공허한 삶이라고 느껴졌다. 내게는 충만한 의미가 없었다. 텅 비어버린 것 같았고, 버려진 것 같았고,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내게 주어진 몫의 삶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할 의무가 있다. 좋은 삶이든 나쁜 삶이든, 영광과 승리의 삶이든 실패와 좌절의 삶이든, 기쁨과 환희이든 절망과 분노이든,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나가야 한다. 그 이유는 나만이 내 삶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나만이 내 세상의 왕이며 신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가 없다. 누가 어떠한 삶을 살든지 그것은 내 삶과 비교할 수 없다. 타인의 불행에서 내 존재의 의의를 찾을 수도 없고, 타인의 성취에서 내 존재의 비루함을 읽어낼 필요도 없는 것이다. 주어진 그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야 할 뿐이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지난날의 아픔까지도 모조리 끌어안기로 결심했다.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 또한 나인 것이다. 이제는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다. 내 삶의 모든 영광을 나에게 돌리련다. 나는 위대하다. 나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아픔도 반드시 이겨낸다. 태양처럼 다시 떠오른다. 나는 Song the Great King God Empero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