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잔뜩 취한 날
대회가 끝난지 일주일이 넘었다. 정확히는 9일이 되었다. 대회 당일 아침에 몸무게가 66.8kg였는데, 오늘은 76.2kg다. 먹기도 열심히 먹었지만, 10kg가 모두 살로 붙는 건 말이 안 되고 수분과 나트륨의 증가가 크게 한 몫 했겠다.
대회 때문에 못 만나던 사람들을 순회 공연하듯이 매일 만나고 있다. 그렇게 술도 매일 마시고 있다. 어제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났다. 햇수로 벌써 18년이 넘어간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녀석들이다. 힘들 때 위로가 되는 놈들이고, 그들의 성취에 정말 한 점 시기하는 마음 없이 축하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다.
애아빠가 되어버린 둘은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대부분은 육아로 점철된 삶이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길과 것을 찾아나가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나만 결혼이 기약 없이 늦어져서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 육아 이야기에 크게 공감을 하지는 못하는 편이지만, 미래에 내게도 닥쳐올 일들을 미리 간접 체험한다는 생각으로 듣곤 한다. 그러고보니 1년 전에 이 친구들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난다. 살면서 누군가의 앞에서 우는 경험은 정말 손가락에 꼽는데, 그게 이 녀석들이다.
저녁을 넉넉히 먹고 오랜만에 노래방으로 갔다. 우리는 어렸을 때 정말 노래방을 자주 갔다. 거의 노래방에서 살았다. 노래방에서 주인 부부랑 같이 저녁을 먹기도 했었다. 어렸을 때 무슨 울분이 그렇게 많았는지, 노래를 부르며 한과 화를 토해냈었다. 오랜만에 목이 터져라 같이 노래를 부르니 어린 시절의 향수가 밀려오면서, 또 1인분의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일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친구들이다. 모두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