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낙동강자전거길 종주 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G_RNU4eQJeU&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6
드디어 국토종주 자전거길 프로젝트의 마지막 코스, 낙동강 자전거길 종주를 마쳤다. 안동댐에서 시작해서 을숙도에서 끝나는 382km의 긴 여정이었다. 4대강 종주 코스 중에 가장 긴 거리를 자랑하는 낙동강 자전거길이다. 혹시 몰라 월요일에 휴가를 쓸 각오까지 하고, 목요일 저녁 버스로 안동으로 내려갔다. 이번에는 야놀자 어플을 적극 활용해서 동선에서 가장 저렴한 모텔 위주로 숙소를 정할 수 있었다.
안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안동댐 방향으로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에서 안동댐까지는 4km 거리. 8시쯤 기상하여 정비를 마치고 8시 반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다.
기점이라길래 왠지 한 컷 남겨두고 싶었다. 나의 국토종주 자전거길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낙동강 라이딩. 출발한다.
일일 열량 섭취를 900Kcal로 제한하고 있어서 기력이 항상 부족하다. 저번 섬진강 라이딩 때는 평속 22km/h를 넘도록 힘차게 페달을 밟았지만, 이번 낙동강 라이딩의 컨셉은 저속력이라도 꾸준히 오래 달리자는 것. 그래서 평속이 17km/h 내외 정도밖에 안 나왔지만, 급할 게 없다. 그저 천천히 강따라 즐기면 되는 것. 저번에 새재 자전거길 라이딩 때 한번 들린 적이 있는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에 그렇게 천천히 도착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_t_YBIwUzI&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5
안동댐 인증센터에서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까지는 65km 거리로, 단일 구간 중에는 가장 최장거리를 자랑한다. 그 뒤로 상주 상풍교에서 다시 상주보까지는 11km밖에 안 되어서 경쾌하게 달릴 수 있었다. 비를 걱정했는데, 무색할 정도로 초가을 뙤악볕이 강해서 꽤나 고생했다.
상주보 인증센터에서 낙단보 인증센터까지는 다시 17km 거리이다. 안동댐에서 상주 상풍교로 넘어갈 때 언덕을 하나 넘은 것을 제외하고는 낙동강 자전거길의 초중반부는 대체로 평지라서 라이딩에 큰 어려움은 없다.
낙단보 인증센터에서 구미보 인증센터까지는 19km 거리이다. 아버지가 구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내가 살면서 구미 근처를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동댐에서 구미보까지가 이미 112km 거리인데, 구미보에서 칠곡보까지는 35km로 다소 먼 거리라서 칠곡보 인증센터에 도달하기 전에 저렴한 모텔을 예약하고 첫 날 라이딩을 마쳤다. 그래도 칠곡보 근처까지 가느라 추가로 27km 정도를 더 달렸다. 이래저래 첫 날 약 140km를 무사히 라이딩한 셈.
https://www.youtube.com/watch?v=8_scqYRN63o&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4
첫날, 보급에 꽤나 애를 먹어서 무리하게 물과 커피, 그리고 단백질 음료를 쟁여두었더니 등짐이 무거워서 상당히 고생했다. 안동댐에서 구미보까지는 자전거길에서 가까운 편의점이 없고, 칠곡 정도에 도착해야 편의점이 있다. LG 디스플레이 산업단지가 칠곡에 크게 있어 이곳은 상권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편. 하지만 그 전까지는 보급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칠곡부터는 대구, 구미와 가까워서 보급이 훨씬 수월하다. 칠곡보 인증센터에도 편의점이 있으니 참고하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Is6PbfFqtQk&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3
칠곡보 인증센터에서 강정고령보 인증센터까지는 26km 거리이다. 역시 무난한 평지 코스이고 낙동강이 생각보다 폭이 넓어서 경치를 감상하는 맛도 있다. 강정고령보 인증센터는 만남의 광장을 같이 겸하고 있어서 여기서도 보급을 할 수 있다. 라이더들을 겨냥한 커피차나 푸드트럭도 있다.
강정고령보 인증센터에서 달성보 인증센터까지는 또 23km 길이다.이 구간도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다.
굽이치는 길이 많아서 돌아가는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이렇게 훌륭한 뷰 포인트가 많아서 마음을 달래준다.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까지는 38km로 꽤나 장거리 구간이다. 거리도 거리지만, 합천창녕보를 5km 남겨둔 지점부터 지옥이 펼쳐진다. 무심사를 경유해서 자전거길이 이어지는데, 경사 자체도 어렵지만 포장이 끊어진 산길이 나온다. 나는 로드 바이크이기도 하고, 업힐을 할 자신도 없고 해서 끌바를 했지만, 누구라도 끌바를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정말 난코스 중의 난코스이다. 이 구간은 국도로 우회하는게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BZsbR5HbQ28&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2
하지만, 진정한 지옥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편이었다. 합천창녕보 인증센터에서 창녕함안보 인증센터까지는 55km라는 극악의 거리도 거리이지만, 그 유명한 박진고개를 넘어야 하는 루트였다. 이 루트는 우회로조차 없다. 오직 박진고개 하나뿐이다. 사전 조사로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하고 갔는데, 정말 박진고개길을 따라 벽에 라이더들의 낙서가 즐비했다. 이화령은 업힐을 할 수라도 있는 경사인데, 박진고개는 진짜 업힐이 엄두가 안 나는 경사이다.
무심사 언덕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면, 박진고개 정상 구름쉼터에서 찍은 사진이 확연히 더 고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비까지 슬슬 내리기 시작해서 걱정이 태산인데, 박진고개를 끌바하느라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천신만고 끝에 박진고개를 넘었지만, 그 다음에 다시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한다. 창녕군 남지읍으로 들어가는 산길을 넘어야 하는데, 여기는 국도로 우회로가 있으니 참고하자. 물론 나는 우회로를 못 타고 산을 그대로 넘었다. 아마 도초산인 것 같은데, 꼭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하자. 무심사 언덕과 박진고개를 거치고 나면 이미 만신창이가 된 허벅지로 업힐하기가 쉽지 않다.
낙동강 자전거길에서 가장 힘든 합천창녕보_창녕함안보 구간을 거치고 남지읍에 도달하니 더 이상 라이딩을 할 엄두가 안 났다. 6시 정도였는데, 일찍 라이딩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일찍 3일차 라이딩을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 합천창녕보를 8km 남겨두고, 남지읍에서 하룻밤을 머물기로 했다. 그래도 이래저래 합하여 보니 둘째날도 132km는 달려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ccoSpqqfB40&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1
5시 알람을 듣고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5시 40분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다. 6시가 일출이라 아직 주위가 어둑했지만, 사물을 식별하기엔 충분했다.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가볍게 라이딩을 시작했다. 12시 전에 낙동강 자전거길 종주를 마치는 것이 목표라서 서둘렀다. 가볍게 창녕함안보 인증센터에 도착하고 스탬프를 찍은 후 발걸음을 재촉해 길을 떠난다.
창녕함안보 인증센터에서 양산 물문화관 인증센터까지는 다시 55km 거리이다. 삼랑진으로 넘어가는 언덕 구간을 제외하면 어려운 코스는 없다. 삼랑진 구간도 무심사, 박진고개, 도초산 트리오에 비하면 수월하다. 삼랑진에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편의점도 있어서 여기서 보급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양산 물문화관까지는 비를 걱정했는데 오히려 해가 쨍긋 나서 더위에 꽤나 고생을 했다. 8월 라이딩 때 날씨를 연상시키는 무더위였다. 확실히 양산에 다다를수록 대도시권이라 그런지 라이더들을 많이 마주쳤다.
양산 물문화관 인증센터에서 을숙도에 있는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까지는 35km이다. 이 구간은 강의 마지막 하류인만큼 당연히 코스도 무난하다. 다만, 부산이 큰 도시라 자전거길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 라이딩 자체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안전사고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날 괴롭혔던 것은 태풍 난마돌과 정비되지 않은 도로 상태였다. 맞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페달을 밟아도 속력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레탄 포장된 자전거길은 일그러져 있어서 안정적인 라이딩을 방해했다. 달리다 못해 일반도로로 빠졌는데, 일반도로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포장이 불량한 것은 매한가지.
을숙도에 진입할 때는 해풍까지 심하게 불어 다리를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결국에 12시 전에 완주를 해냈고, 이로써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완전히 종주해냈다. 작년 9월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 라이딩을 마친 것을 제외하면, 올해 6월부터 해서 9월까지 1500km 자전거길을 모두 달린 셈이다. 다이어트가 진행되면서 몸이 가벼워져서 라이딩은 점차 수월해졌고, 허벅지도 점점 강해져서 더욱 수월해졌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값어치가 있는 도전이었다.
3일차 라이딩을 서둘러 마친 이유는 점심에 부산에 있는 친구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고, 나도 커팅 기간임에도 특별히 금기를 깨고 돼지국밥으로 점심을 함께 하고 을숙도에서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나눠 마셨다. 나의 국토종주 그랜드슬램 달성의 순간에 함께 해줄 친구가 있다는 것은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나의 국토종주 자전거길 프로젝트는 완성되었다. 이제 대회까지 3주가 남았다. 남은 1달 동안은 대회에 집중하고, 10월 중순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해보려고 한다. 라이딩하느라 몇 달 꽤나 고생한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특히 그 많은 라이딩 속에서 단 한 번도 자빠링이 없었다는 점이 참 만족스럽다.
너는 정말 멋있는 근성과 끈기 그리고 의지를 보여주었어. 국토종주 그랜드슬램 달성한 걸 다시 한번 축하하고, 앞으로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다양한 도전들을 계속 멋있게 성취해 나가길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