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배민커넥트 활동을 마치며

무소의뿔 2022. 9. 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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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를 끝으로 배민커넥트 활동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배민커넥트 활동은 주로 재택이나 휴일에 시간 여유가 아주 많을 때 해 왔는데, 대회까지 이제 4주가 채 안 남은 상황에서 배달을 할 만한 시간 여유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중에 출퇴근을 하면서, PT도 받고, 포징 레슨도 받고, 태닝도 하고, 개인 운동도 하기에도 빠듯한 날들이다.

유산소 운동으로서의 효율 측면에서만 보면, 배달 활동은 그렇게 훌륭한 옵션은 아니다. 체지방 연소는 동일한 강도로 (최대 심박수의 50 ~ 60%) 30분 이상 지속하여야 극대화되는데, 자전거 배달의 경우 중간중간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음식 픽업을 기다리는 등 운동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체 투입하는 시간 대비 체지방 연소 효과는 각 잡고 유산소 운동 자체를 목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보다는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통의 유산소 운동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더 오랜 시간 동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주로 하는 인클라인 걷기는 아무리 오래 해도 90분 이상 하기가 어렵다.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너무 정적이고, 아무리 드라마를 틀어놓고 한다고 하더라도 지겹다. 특히 자전거 라이딩에 꽤 맛을 들여버린 지금은 트레드밀로 하는 실내 유산소는 너무 재미가 없다.

그에 비하면 자전거 배달은 실외를 돌아다니는 맛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니 훨씬 오랜 시간을 수행해도 지루하지가 않다. 게다가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부동산 임장을 다니는 듯한 효과도 있고, 어린 시절의 옛 추억이 문득 떠오를 때도 있어서, 여러모로 효용이 높은 활동이었다.

이래저래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500건의 배달을 수행했다. 두어 번의 배달 사고도 있었다. 2021년에는 오배송한 물건을 다시 픽업하러 다녀온 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오배송 문제로 관제센터와 씨름한 적이 있었다. 접촉사고는 다행히 2021년 초반에 1번 아주 경미한 건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위험이 상존하는 도로 위를 누비면서도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다.

2021년 2월에 처음 배민커넥트 활동을 시작해서, 4월까지 774,110원을 벌었다. 이때는 로펌 재직 중이었는데 타 대기업으로 파견을 나와 있었고, 그 회사는 코로나 정책상 재택 근무를 하고 있어서 시간 여유가 많은 편이었다. 그 다음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동안 400,715원을 벌었다. 이때는 지금 회사로 막 이직한 후였는데, 이때도 코로나 때문에 순환 재택 근무를 하던 때였다.

2022년 들어서는 커팅에 돌입한 6월부터 다시 배달 활동을 재개했다. 9월까지 총 벌어들인 돈은 약 115만원 정도가 된다. 이번 추석 연휴 때 수행한 배달 건 대금 정산이 아직 안 되서 추산치이다. 2년 동안 벌어들인 돈을 합하면 23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많은 돈도 아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한결 낫다.

월급으로 받는 것과 달리 일급으로 들어오는 돈은 크다는 느낌이 부족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받는 월급을 일급으로 환산하면 그 또한 그렇게 엄청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러니, 정리하자면 실제 배달 일을 수행해서 벌어왔던 돈을 일급으로 계산한다 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튼 이제 당분간 배민커넥트 활동을 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10월부터는 노동 1단위의 기회비용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인생 시원하게 놀기로 작정한 4분기이다), 굳이 더 하고 싶지도 않다. 내년에는 아마 일신상의 중대한 변화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 활동이 어려울 것 같다.

딸통을 멘 변호사. 처음에는 변호사씩이나 되어서 배달을 한다는 게 참 부끄럽기도 하고 (2021년에도 살을 빼야겠다는 목표 의식 때문에 일반자전거로 배달을 시작했었음에도 말이다) 어색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알아볼까 두렵기도 했는데, 이제는 변호사로서의 직업 의식(?)이 많이 낮아졌는지 2022년에는 정서적 동요가 거의 없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때문에 추가 소득에 대한 절실함이 늘어서였을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건 저찌되었건,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느끼게 해 준 배민커넥트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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