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ur Ros - GloSoli

사실 이 리뷰를 다이어리에 쓸지 음악 카테고리에 쓸지 고민이 됐다.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된 경위가 몹시 놀라웠기 때문이다. 금요일 늦은 오후 망원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 커피를 마시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서 그랬는지, 카페에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손이 아무도 없었다. 우디한 인테리어와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으로 내리는 보슬비를 즐겼다. 밖은 습했지만, 실내는 안락했다. 뿌연 창 틈 사이로 젖은 거리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카페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몇십 분 동안 비슷한 느낌의 음악이 계속되었다. 각기 다른 곡이었지만, 일관된 어떤 정서가 있었다.

불현듯 갑자기 생각이 났다. 예전 학창시절에 새벽까지 공부를 할 때, 내 친구가 되어 준 것은 라디오였다. 특히 새벽반의 경우 해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소개하곤 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된 아이슬란드의 뮤지션이 바로 'Sigur Ros'였다.

당시 Sigur Ros의 음악을 처음 들으면서, 알 수 없는 황홀경에 빠졌다. 대중음악이라는 것의 어떤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Sigur Ros의 음악일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더 찾아듣지는 않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으로부터 15년이 넘게 거슬러 올라간 때이고, 학생인 나로서는 그 밴드에 대해 더 찾아볼 여유가 없었다.

Untitled에 넘버링을 달아둔 몇 곡과 함께 가장 즐겨듣던 노래가 Glosoli이다. 영어로 번역하면 Glowing Sun이 된다. 만약 세상에서 단 하나의 노래만 들을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곡을 고르겠다. 기승전결이 명확하면서도, 테마의 적절한 변주로 감정을 고조시킨다. 관과 현이 잘 어우러지고, 보컬의 팔세토 창법이 holy한 느낌을 고조시킨다.

3분을 전후로 한 후크송과는 정확히 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다. 6분이 넘는 긴 호흡의 곡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처음에는 프랑스의 대초원을 달리는 평화로운 느낌이지만, 감정이 격양되면서 곡의 중후반부에는 폭발하는 활화산과 같은 에너지가 용솟음친다.

아름답다. 영혼이 맑아지는 듯한 사운드이다. 15년 전에도 그렇게 느꼈고, 지금 다시 들어도 그렇게 느꼈다. 그 사이 나는 많은 것들을 경험했고, 많은 사운드들을 들었다. 15년 동안 Sigur Ros는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금요일 망원동의 한 카페가 아니었더라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영원히 Sigur Ros를 떠올릴 일이 없었을 것이다.

Sigur Ros의 음악인 줄 모르고 카페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갑자기 Sigur Ros가 생각이 났다. 같이 간 동행에게 말을 꺼냈다. 15년 전에 내가 좋아하던 아이슬란드의 한 밴드가 있었는데, Siguro Ros라고 이름하고, 우리말로는 승리의 장미라는 뜻이라고. 노래가 참 좋았었는데, 지금 나오는 노래 같은 풍이라고.

그러자 카페 사장님이 대화에 넌지시 끼어들면서 말을 보탠다. 지금 나오는 노래가 Sigur Ros의 노래라고. Sigur Ros는 원래 오늘 내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장비 배송이 지연되어 취소되었다며.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Sigur Ros와의 다시 만남은 그렇게 늦여름을 충만히 채워주었다. 설렙고 반가운 만남이다.

 

Sigur Ros - Glosoli (English Translation)

 

Now that you're awake

Everything seems different

I look around

But there's nothing at all

 

Put on my shoes,

I then find that

She is still in her pyjamas

Then found in a dream

I'm hung by an anticlimax

 

She is with the sun

And it's out here

 

But where are you...

Go on a journey

And roam the streets

Can't see the way out

And so use the stars

She sits for eternity

And then climbs out

She's the glowing sun

So come out I awake from a nightmare

My heart is beating

Out of control...

 

I've become so used to this craziness

That it's now compulsory

Ahd here you are...

I'm feeling...

And here you are, Glowing sun...

And here you are, Glowing sun...

And here you are, Glowing sun...

And here you 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