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치 청바지를 다시 꺼내 입다.
식단이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있는 기간 동안, 내 허리 사이즈는 보통 33인치였다. 34인치 바지는 허리 통이 조금 크고 32인치 바지는 조금 작으니, 대충 33인치면 내 허리에 맞았다. 벨트를 차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벨트를 차고 의자에 앉았을 때 복부에 느껴지는 불편감 때문에, 벨트 없이 허리 사이즈에 딱 맞게 고정되는 걸 선호한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커팅에 들어가고 슬슬 감량의 효과를 맛보고 있을 때쯤, 기존 33인치 바지가 다소 헐거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옷장 구석에서 32인치 바지를 찾았다. 그리고 다시 한달 여가 지나서 31인치 바지를 찾았고, 오늘 아주 오랜만에 30인치짜리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3년 전 겨울 바디프로필 촬영 때 입겠다며 타미힐피거에서 산 청바지이다. 적절한 찢김과 워싱이 들어간 멋드러진 청바지이다. 바디프로필 촬영하고 두달 정도 입었으려나. 그 뒤로 운동과 식단을 소홀히 해서 추억의 바지, 상징의 바지로 옷장 속에 진열만 되어 있던 녀석을 거의 3년 만에 다시 꺼내 입었다.
생각해보면, 1인치가 2.54cm이니, 근 두달 반 사이에 허리둘레가 7.62cm나 줄은 셈이다. 그간의 다이어트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뿌듯하다. 그러면서도, 대회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데서 오는 절박함 또한 상당하다.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인다. 지금도 일반인 기준으로는 상당히 단련된 탄탄한 몸이지만, 타이트한 운동 바지를 입고 앉아 있으면 복부에 지방이 여전히 많이 끼어있다는 느낌이다.
모든 상황을 절박하게 해석하고 극한으로 밀어부치는게 나의 일을 풀어나가는 원동력이자 장점이지만,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손가락으로 배를 집었을 때 집히는 살이 전혀 없으면 좋겠다. 그야말로 거죽만 남겨놓고 싶다. 또 그래야만 대회 무대에 설 수 있다.
30인치 청바지를 다시 입어 기쁘지만, 이제는 30인치로 만족할 수 없다. 30인치는 3년 전의 목표였고, 지금의 나는 더 크고 원대한 것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