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배달 주소
일요일 저녁에 배민커넥트를 할 때이다. 동네의 A 아파트 xx동 yy호로 원할머니 보쌈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다 집이랑 아주 가까운 거리라서, "오예, 개꿀띠" 하면서 음식을 픽업해서 어플에 적혀 있는 주소로 찾아갔다. 가니까 런닝구를 입은 아저씨가 문을 여는데, 자기는 배달을 시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어플을 들어 주소까지 보여줬는데도 배달을 시킨 적이 없다고 한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고객 전화 연결을 걸어 통화를 했다. 주소를 잘못 입력했단다. A 아파트가 아니라 B 아파트였다는 것. 목소리가 어린 느낌이었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B 아파트로 배달을 해 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재배달에 따른 배달 팁은 따로 챙겨주겠다면서 말이다.
마침 그 다음에 수행할 배달 건이 B 아파트와 100m 거리에 있는 곳이라, 나로서는 나쁠 것 없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B 아파트로 찾아갔고,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학생은 아예 1층 출입문 앞에서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해 온다. 학생은 내게 재배달료 5,000원을 현금으로 건네주었다. 이건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이니, 안 받을 이유는 당연히 없다.
사실 비용을 지불하였으므로, 감정적으로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아직 어린 학생이라 마음이 여리고 따듯한가보다. 어른이었다면, 머리가 다 굵은 어른이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겠지.
하나 궁금한 것은, 어떻게 또는 왜 자기가 살고 있는 B 아파트가 아니라 A 아파트의 주소를 입력했는지이다. 대개의 경우, 연인의 집에서 한 번 배달을 시켜 먹고, 주소지 변경을 깜빡한 채 주문을 한 케이스일 것이다. 그렇지만, 배달을 받은 그 학생은 더벅머리 남학생이었고, 딱히 여자친구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배달을 시키느라 주소를 바꾸고, 다시 제 집 주소로 바꾸는 단계를 깜빡하고 주문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때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지만, 내가 받은 호의를 생각해 묻지 않고 다음 배달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