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을 뛰며
커팅이 한창인 여름이다. 요새는 꾸준히 하루에 순수 체지방으로 100g씩 빠지고 있다.평균적으로 하루에 섭취하는 총 열량이 약 1,500Kcal 정도이고, 하루에 소모하는 총 열량은 기초대사량과 활동대사량을 합쳐 최소한 2,500Kcal은 넘을테니 산술적으로도 타당한 수치이다. 활동대사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참 아쉽다. 아무리 운동 어플로 기록을 하고 추적을 해도, 근사치에 불과해서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활동대사량이 적다는 정도의 체감만 가져갈 뿐이다.
유산소 운동을 겸하여 주에 1 ~ 2회 정도 자전거로 배달을 한다. 헬스장에서 스텝퍼를 타거나 트레드밀에 경사를 설정해두고 걷는 것에 비해서 단위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부족하지만, 체지방도 태우고 적은 돈이나마 부수입도 생기니 나쁘지 않은 옵션이다. 사실 시간과 체력만 허락한다면 자주 뛰고 싶은데, 나도 사람인지라 길어진 다이어트에 만성적으로 에너지 고갈 상태라 쉽지가 않다.
어제는 점심에 헬스를 마치고 저녁 시간이 통으로 여유가 생겨서 며칠만에 다시 배달을 뛰었다. 지난 주 금요일에 뛰고 수요일에 다시 뛰었으니 5일만이다. 지난 번에는 안양천을 건너 당산, 영등포 쪽에서 배달을 했는데, 오늘은 주로 동네 근처에서 배달을 했다.
배달을 하면서 은근히 부동산에 대한 감각을 쌓을 수 있다. 모든 동네가 다 그러하겠지만 양천구에도 평지 지형이 있고 언덕 지형이 있다. 평지에는 목동아파트 단지라고 불리는 대단지와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성처럼 도열해 있고, 언덕에는 무슨무슨 빌과 같은 빌라나 다세대주택이 즐비하다. 그야말로 허벅지를 불태워가며 배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게 내 수고로움을 거치면서 조금 더 생생한 경험이 된다. 장기기억으로 각인하는 것.
심지어 어떤 언덕은 차도가 끊어지고 계단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런 곳에 산다는 것은 어떠한 생활 경험으로 이어질까? 아주 어렸을 때, 그리고 자취하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다세대주택이나 빌라에 살아본 적이 없고, 그 거주 경험조차 내게는 꽤나 흐릿한 기억이 되어버려서 잘 상상이 안 된다. 하지만, 자전거를 질질 끌며 계단을 오를 때는 정말이지 언덕 위 빌라에 사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그 빌라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에는 더욱 공감이 된다.
길이 끊어져 있는 언덕도 있다. 그러면 지도 앱을 펼쳐놓고 길이 끊어져 있지 않은 부분을 찾아서 디귿 자로 리을 자로 돌아간다. 미로를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평지에서 생활할 때는 몰랐는데, 언덕에도 정말 수많은 집이 있고 사람들이 있다. 특히 대로를 건너 강서구 방면으로 가면 끝없는 언덕의 연속이다. 지금으로서는 뭐랄까 언덕에 살면 불편한 점이 참 많고 힘든 점도 참 많겠다는 정도의 초기 감각만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감각과 경험이 누적되면 뭐라도 통찰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배달을 하다보면 배달 전문 조리업체 시설의 열악함과 종사자의 위생 인식 수준이 낮다는 점을 너무 자주 목도하게 되어, 배달을 시켜먹을 마음이 싹 사라진다는 점을 첨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