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의 개꿈
오늘 아침에 비가 올 것만 같아서 5시 반 알람을 맞춰두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밖을 보고 비가 오고 있거나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상황이면 대충 준비해서 헬스장으로 가서 공복 유산소를 하고, 자전거를 탈 만한 상황이라면 1시간 반 정도 더 잠을 청하고 자전거로 출근할 요량이었다. 물론 밖은 보슬비가 오고 있었는데, 잠만 더 청했다. 게으르구나, 엄히 꾸짖을 갈(喝)!
다섯시 반에 잠깐 일어났을 때, 꾸었던 꿈이 하도 기묘해서 비몽사몽 간에 간단히 핸드폰으로 메모를 해두었다. 그나마도 지금 시점에서는 반 정도도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더듬어 돌이켜 보자면, 로스쿨에 재입학하는 꿈이었다. 와... 이미 3년을 그 개고생을 해 가면서 공부를 했는데, 재입학이라고? 꿈에서 나는 로스쿨 3학년 2학기 정도를 다니고 있었다. 익숙한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서울대입구역으로 넘어가는 언덕 구간(아마 포스코 넘어서 치의학대학이 있는 부근이었던 것 같다)에서 옛 재수학원 친구들이 학교 쪽을 바라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출사표를 낭독한다.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마치 고대에 군대 출정하기 전 대의와 명분을 읊듯이, 뭔가 큰 뜻이 있어서 이 학교를 떠나고 새 학교로 간다 이런 취지였던 것 같다.
그러고 꿈에서 나는 고려대학교 로스쿨에 입학 면접을 보러 갔다. 놀랍게도 고대 로스쿨 면접 담당관은 서울대에서 행정법을 가르치던 이원우 교수님이셨다. 이원우 교수님은 내 로스쿨 시절 우리 조 지도교수님이셨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안경이 잘 어울리시는 전형적인 인텔리의 모습이셨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말이다. 아무튼 이원우 교수님이 면접을 보는데, 내가 고대 로스쿨에 입학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취지의 압박 면접이 이어졌다.
참관인으로는 로스쿨에서 같은 학회 활동을 했던 원우가 등장했는데, 나를 변호하는 취지로 교수님께 어필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교수님은 별로 설득이 되지 않은 듯 했고, 씁슬한 뒷맛을 남긴 채 고대 로스쿨 건물 1층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고 캠퍼스를 나서는 걸로 꿈이 마무리되었다.
개꿈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지만, 너무 뜬금 없어서 지금 생각해보니 실소가 터져나온다. 명확히 하자면, 나는 로스쿨에 다시 입학할 수도 없고, 입학할 이유도 없고, 입학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