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왜 양말은 왼쪽만 젖을까

무소의뿔 2022. 8. 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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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가 내리는 날 말고,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 거리를 거닐다보면 금세 왼쪽 양말이 젖는다. 오늘 출근길도 그랬다. 집에서 나와 걸은지 200m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왼쪽 양말이 축축한 것이, 밑창에 구녕이라도 뚫렸나 싶다. 단화라 그런가 물이 뽀송뽀송 엠보싱마냥 아주 쏙쏙 흡수된다. 하기스 골드 매직 팬티마냥 흡수력이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다.

신기하게도 오른쪽 양말은 전혀 젖지 않았다. 부드러운 순면의 감촉 그대로 내 발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왼쪽은 진창, 오른쪽은 오솔길. 왼쪽은 늪, 오른쪽은 신작로. 왼쪽은 뻘, 오른쪽은 모래사장이다.

내가 왼손잡이이자 왼발잡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걷다 보면 왼쪽으로 힘과 무게가 많이 쏠려 신발이 물을 흡수하기 수월한 걸음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런 걸음 습관이 왼쪽 밑창을 더 많이 닳게 한 걸까? 무엇이 되었건 출근길부터 양말이 젖는 것은 정말 싫다. 불쾌하다. 베릴762 연사로 두고 허공에 마구 쏘아대고 싶은 심정이다.

장마가 끝났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주는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내내 비 소식이 있다. 자전거 출퇴근도 못하고 닭장 같은 지옥철에 갇혀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힘든 월요일 출근길. 장마가 끝나면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으리라 낙관한 나의 안일함을 돌아보며, 오늘도 젖은 양말을 벗은 채 업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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