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브제 컬렉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와 나의 피눈물
복지라고는 모기 눈물만큼도 없는 우리 회사에 유일하게 있는 복지라고 치자면 LG 계열사 제품 구매 시 연간 일정 한도 범위 내에서 금액 지원을 해준다는 것. LG전자 제품의 경우 구매 가격의 15%를 지원해주는데, 정가를 기준으로 금액 지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큰 할인폭은 아니다. 그래도 이거라도 지원해주는 게 어디겠는가.
제품 구매 할인 한도는 매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리셋된다. 나는 작년 7월 중순에 헬쥐에 입사해서 작년에는 한도를 적용받지 못했고, 올해 7월 1일이 지나고 나서야 한도를 부여 받았다. 가족에게 의기양양하게 필요한 전자제품 있으면 말하라고, 아들이 15% 할인된 금액에 사준다고 한껏 배짱을 부렸고, 엄마는 십년이 넘게 쓴 오래된 청소기를 바꾸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시원하게 최신 모델의 무선 청소기를 주문했다.
무려 1,290,000원에 달하는 LG 오브제 컬렉션 코드제로 A9S 무선 청소기. 오브제 컬렉션 답게 훌륭한 마감과 고급스러운 색감, 그리고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129만원이면 M1칩을 장착한 맥북에어에 맞먹는 가격. 거기서 15%를 할인 받으니 약 19만 3천 5백원을 할인 받은 셈. 이라고 믿었다면 나의 오만과 편견이었을까?
멍청하게도 LG 임직원 카드가 아닌 평소 쓰던 카드로 결제를 해버렸고, 그러한 사실을 어제 불현듯 떠올렸다.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을까. 아니나 다를까였다. 급히 오늘 출근해서 Family Site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해보니, 이미 제품 수령이 완료되어서 결제 변경 등은 어렵다는 답변.
애해미히~~~ 19만원이면 배민커넥트로 14시간은 뛰어야 벌 수 있는 돈이요, 곱창모둠을 8번은 먹을 수 있는 돈이자, 괜찮은 여름 티셔츠 3벌도 살 돈인데, 이렇게 나의 우매함과 아둔함과 멍청함과 명민하지 못함 때문에 허공으로 날려버렸구나. 내가 싫어하는 LG 좋은 일만 시켜줬구나.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내 탓이니까. 쓰린 속을 부여잡고 후회를 가슴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