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Goodbye, my data

무소의뿔 2022. 7. 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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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15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매한 4TB 짜리 씨게이트 외장하드. 아이맥에 USB를 연결해둔 상태로 너무 오래 방치해둔 탓일까. 매킨토시 환경에서 외장하드가 인식이 안 되는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윈도우 환경에서는 외장하드가 정상적으로 인식된다는 점.

열심히 구글링을 해서 종합해본 결과, USB 추출을 제대로 안 하고 방치해 둔 탓이 크다는 게 결론이다. 외장하드 안에는 작년 추석에 제주도 자전거길 라이딩 영상, 아라 자전거길 라이딩 영상, 한강 자전거길 라이딩 영상, 동해안 강원구간 자전거길 라이딩 영상이 보관되어 있었다. 편집본이야 이미 다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가 되어 있지만, 원본도 다 나름 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자료이다.

외장하드 안의 영상 데이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PC방이나 다른 컴퓨터를 이용해서 (1) 외장하드 안에 있는 영상을 다른 외장하드로 옮긴 후에 (2) 4TB 외장하드를 깨끗이 포맷하면, 다시 매킨토시 환경에서 인식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원본 영상을 보존하는 행위의 효용과 번거로움의 비용을 마음 속에서 고민하다가, 그냥 별도 복원 없이 바로 포맷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원본을 잘 갈무리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어차피 나조차도 바빠서 찾지 않는 자료를 저장만 해두고 있다고 해서 나에게 직접적으로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는 결론이다. 마치 사고 나서 몇 번 입지도 않은 옷이 오랜 기간 동안 옷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주기적으로 짐을 정리하듯이, 다소 예상치 못한 시점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언젠가는 정리했어야 할) 영상을 정리해버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우면 또 채워진다. 앞으로도 오천 자전거길, 금강 자전거길, 영산강 자전거길, 섬진강 자전거길, 남한강 자전거길, 새재 자전거길, 낙동강 자전거길까지 달려야 할 길이 참 많다. 4TB로는 그 영상을 다 담기에 부족할 수 있다. 다가올 새로운 라이딩의 즐거움을 위해 지나간 라이딩의 추억은 가슴 속에 고이 묻어둔다. 추억은 가슴에 묻고, 지나간 버스는 미련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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