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거웠던 날
로스쿨 동기였던 꽤 친한 형이 있었다. 한동안 소식이 끊어져서 연락을 못하고 지냈었는데, 급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퇴근 후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차를 몰아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요새 몸집을 키웠더니 허벅지와 허리가 안 맞아서 정장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하고 대충 어두운 바지에 셔츠와 블레이저만 걸쳤다.
마스크 넘어로 형의 얼굴은 형을 처음 봤을 떄와 같았다. 부모를 잃은 슬픔의 무게를 난 가늠할 수 없었다. 형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반가움을 표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무거웠다. 어떤 감정의 톤으로 어떤 위로의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형은 성실하고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다. 형에게 주어졌던 삶의 조건들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형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뤄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형이 감당하기에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웠을 것이다. 그 무게를 함께 질 수 없음을 알기에, 형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 참 쉽지가 않았다.
장례를 잘 마치고 형이 마음을 잘 추스리고, 건강한 상태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형은 마음이 넓고 따듯하다. 사람을 포용할 줄 알고 경청할 줄 안다. 유머나 재미는 좀 부족하지만, 나처럼 가볍지 않고 진중한 사람이다. 정신 없이 바빴던 로스쿨 기간 동안 우리들의 정신적 버팀목과 같이 굳건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게 참 내게는 귀감이 되었다.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가족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겠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한 것만 같이 느껴지다가도, 정신 차리고 보면 한 줌밖에 없어 참 귀중하다. 가족, 특히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염려하며 보살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