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 섬&산] [041] 홍성 죽도 2025. 6. 8. 일
할머니 제사를 지내러 대천 시골에 다녀오면서 엄마와 아빠를 모시고 홍성 죽도를 다녀왔다. 죽도는 안면도와 내륙 사이의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인데, 홍성 남당항에서 배를 탈 수 있다. 통상 하루에 3회 배편이 오가는데, 하절기에는 특별히 증편해서 5번 배가 오간다. 거리에 비해 왕복 뱃삯은 다소 비싼 12,000원이다. 2025년에 10,000원에서 12,000원으로 인상되었다.
홍성군은 보령시와 바로 맞닿아 있는데도, 살면서 홍성을 가 본 일이 한 번이 없다. 가깝고도 먼 홍성이여!
그러면 이제 죽도로 떠나보실까?!
홍주해운의 작고 소중한 여객선이다. 연휴를 맞아 바다 나들이를 오신 어르신들로 여객선이 붐빈다.
2층은 먼저 탄 사람들이 이미 다 차지해서 다소 지루한 1층 좌석에 앉았다. 바람이 거의 없고 볕이 뜨거운 날이었다.
15분만 가면 바로 죽도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라고 한다. 내륙과 상수도관을 연결해서 이제는 편리헤가 상수도를 쓸 수 있다고 한다.
매물도 당금항이 떠오르는 빠지 형 선착장이구나!
죽도는 높은 산이 전혀 없고, 언덕이라고 해봤자 30m 수준밖에 안 된다. 그래서인지 어르신들도 참 많고, 편하게 걷기에 딱 좋다. 날이 무더운 것 빼고는 훌륭했다.
용난둠벙이라니 어감이 너무 귀엽다. 우물, 개울을 방언으로 '둠벙'이라고 하는데 결국 직역하면 용이 나는 우물이라는 뜻이다.
내해는 호수와 같이 잔잔하다. 파도도 거의 없이 고요하다.
이름에 걸맞게 대나무가 섬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정비한 트레킹 코스를 따라 길을 계속 나아가본다.
한 동만 솟아있는 풍력발전기이다. 바람이 전혀 없어서 미동조차 않는다.
대나무가 많기는 한데, 해풍을 많이 맞아서 그런지 키가 작다.
죽도는 섬이 희한하게 가늘고 길게 펼쳐져 있는데, 마치 세 개의 섬이 이어져 있는 듯한 모양이다. 건너편의 작은 언덕에 제3전망대가 있다.
작은 섬이라 편의시설이 많지는 않은데, 어업을 하는 주민들은 꽤 거주하고 있는 섬이다.
황금빛 보리가 꽤 높이 자라 있다. 보리를 직접 본 건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엄마아빠와 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사실인데, 이 꽃이 양귀비 꽃이라고 한다. 요새는 마약 성분이 제거된 양귀비 종을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당나라의 절세미녀 양귀비의 이름을 딴 꽃이라고 하기엔 사실 내 눈에는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았다.
볕을 피할 길이 없어 꽤나 덥고 힘든 죽도 트레킹이 계속 이어진다.
이름 모를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양귀비보다 이 꽃이 더 예뻐 보인다 내 눈에는.
가도가도 끝이 없구나.
조망쉼터 입구에는 소라껍데기를 모티브로 한 도자기를 활용한 예술작품이 걸려있다. 환 공포증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다.
죽도 인근에 무인도가 꽤나 많다. 저 정도 섬이야 말로 정말 헤엄쳐서 가볼 만할 것 같다.
저 멀리 보령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섬의 바깥쪽이라 그래도 파도소리가 진짜 들려오는 구간이다. 언제나 앞장서는 우리 아버지의 뒷모습이다.
장미철이 지났는데도 이 녀석들은 아주 탐스러운 자태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제3전망대의 기둥은 죽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나무 형상을 하고 있다.
일종의 방명록도 있다. 생각보다 죽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김좌진 장군치고는 너무 귀엽게 만든 것 아닌가?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충남 홍성에 있다고 해서, 김좌진 전망대를 만든 모양이다. 죽도와 직접 관련은 없다.
저 너머로 안면도가 보인다. 이렇게 보니 안면도가 새삼 엄청 큰 섬임이 느껴진다. 당진에서 다리로 넘어갈 수 있어서 안면도가 섬이라는 사실을 자꾸 잊는데, 이래뵈도 대한민국에서 7번째로 큰 섬이 되시겠다.
엄마에게 부탁해서 기념용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트레킹을 마치고 마을 편의점에서 아맛나를 하나 사먹으며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천천히 느릿느릿 걸었는데 딱 1시간 트레킹 코스였다.
한적한 항구의 모습을 한 컷 담아본다.
남당항으로 돌아온 후에는 바로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근처 예산 수덕사에 들렸다. 지금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봤자 행담도 근처에서 엄청 막혀서 고통 받을 뿐이다. 차라리 저녁까지 해결하고 여유 있게 올라가는 게 훨씬 낫다. 덕분에 무려 국보 49호인 예산 수덕사 대웅전도 보고 간다.
수덕사는 역사적 중요성만큼이나 큰 절이라 정비가 잘 되어 있고 관람객도 많았다. 수덕사 초입 관광단지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수덕사로 오르는 길에는 이응노 화백이 묵었던 여관 건물이 보존되어 있다. 초가집이 특히 인상적이다.
횡성만큼 유명한 게 또 홍성 한우 아니던가. 가족과 함께 홍성 한우로 맛있는 저녁을 즐겨본다.
한우의 고장답게 가격과 맛이 모두 훌륭했다. 특히 육회는 생고기라 너무 고소했다. 잘 보고 잘 먹고 심지어 도로도 뻥뻥 뚫려서 쾌적하게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