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 100대 명산] [019] 서울 도봉산 2025. 5. 18. 일
비가 유독 많이 오는 5월이다. 맑게 개인 주말을 맞이하여 도봉산 산행을 나섰다.
7호선과 1호선이 환승하는 도봉산역에 내려서 신선대로 오르는 루트를 택했다. 날이 아주 맑은 일요일이다.
도봉산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옆자리 커플이 '고향 손칼국수'가 맛있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 엿들었다. 간판부터 이미 맛집의 냄새가 풍겨온다.
칼국수 곱빼기와 파전 그리고 막걸리로 웜업을 해준다. 칼국수는 기본이 5,900원이고 곱빼기가 6,900원이다. 가격이 참 착하다.
저 삐죽삐죽한 바위 근처가 오늘의 등정 목표다. 저 봉우리들은 암벽이 아니면 오를 수가 없고, 신선대는 그 뒤편에 위치해 있다.
그랬다. 도봉산은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한 산이었던 것이다! 나도 처음 알았다.
꼼꼼히 스트레칭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나서본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인 만큼 등산로 초입 정비가 매우 잘 되어 있다.
마당바위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 편하게 오를 수 있지만, 마당바위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길이 험난해진다. 경사도 경사지만 암반 지대를 올라야 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디뎌야 한다.
신선대로 오르는 마지막 구간에는 그래도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한결 낫다. 데크가 없던 시절에는 도대체 어떻게 신선대까지 올랐을까 싶다.
저 뒤의 바위는 마치 테트리스 블럭을 쌓아둔 것처럼 보인다. 나도 암벽을 해보고 싶다! 저 바위들을 오르고 싶다!
신선대에 올라서 보는 바위의 모습은 더욱 장관이다. 최근에 미션임파서블 2를 봤는데, 거기서 톰 형이 맨손으로 그랜드 캐니언을 타고 오르는 장면을 보고 나서인지 더욱 장엄해 보인다.
서울에 쭉 살면서도 도봉산을 한 번 올 생각을 못 했다니! 아주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왔었다고는 하는데, 기억에 전혀 없다. 이번 등산으로 확실히 도봉산을 머릿속에 새겼다.
오후가 깊어가면서 시야가 트였다.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강북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일 정도로 시계가 좋았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기는 하는데, 저 멀리 롯데타워까지도 보였다.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남겨본다.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서울의 전경이 아주 마음에 든다.
암벽을 하며 등반하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올해 수술 마치고 내년에 진짜 입문을 해볼까 싶다.
신선대 펜스 밖으로 나가면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바위가 있다. 내 앞에 한 할아버지는 저기 서서 사진을 찍으셨는데, 나는 도저히 무서워서 서지는 못했다. 휘청하면 바로 10m 아래로 추락이다...
어제까지 비가 와서 계곡에 유량이 제법이다. 청둥오리 부부가 노니는 계곡이다.
오리야 너희의 안녕을 방해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산을 마치고는 차고지 바로 앞 정류장에서 아무 버스나 타고 서울 시내로 돌아왔다. 동묘로 가는 버스를 탄 김에 동묘 맛집을 찾다가 꼬릿집을 발견하고 늦은 요기를 한다.
꼬릿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꼬리 전골이다. 국물의 감질맛과 후추맛의 조합이 미쳤다.
육사시미와 한우 후토마끼까지 해서 세트로 주문이 가능하다. 소주 한 잔 걸치며 만족스러운 도봉산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