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6개월 간의 보컬 레슨을 마치며

무소의뿔 2025. 5. 24. 14:43

지난 6개월 동안 보컬 레슨을 받았다. 1주일에 한 번, 4회에 30만원 수강료를 내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이번 회차를 끝으로 잠시 레슨을 쉬기로 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꽤 잘 부르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트로트에 심취해 있었는데, 수업시간에 아이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면 담임 선생님이 나를 앞으로 불러서 노래를 시키곤 했었다. 그때 한참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를 열창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 때는 거의 노래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특히 고 2 때는 일주일에 세 번은 노래방을 갔었다. 오픈 시간을 맞춰 노래방 사장님 부부랑 같이 짜장면을 시켜 먹고, 야자가 끝날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고등학교에서는 보컬 동아리를, 대학교에서는 밴드 보컬을 했었다. 공연도 몇 번 했었다. 요컨대,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하고 꽤나 잘 불렀다.

다 늙어서 갑자기 보컬 레슨을 받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발성과 호흡의 원리를 배워보고 싶었다. 집 근처의 실용음악학원을 등록했는데, 돌이켜 평가해보면 수강료가 다소 비싸다는 걸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호흡과 복압 컨트롤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강사의 커리큘럼이 중구난방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간 혼자 해 오던 가닥이 있어서 다른 수강생들보다 빠르게 감을 잡고 적용을 잘 한 편이라고 했다. 문제는 적용인데, 이건 사실 노래를 많이 불러봐야 하는 문제라서, 레슨을 계속 받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코인 노래방이라도 다니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당분간은 트레킹 등 아웃도어 활동에 좀 더 매진하다가 시간 여유가 나면 가을부터 다시 레슨을 받아볼까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그래도 노래방을 가야겠다. 노래로 이 나이에 다시 대학 갈 것도 아니고, 술 먹고 즐겁자고 부르는 건데, 일단 즐기는 자 모드로 전환해서 당분간은 셀프 트레이닝을 할 예정이다.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