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 100대 명산] [015] 서울 수락산 2025. 3. 22. 토
여유로운 주말, 서울 근교의 산으로 떠났다. 원래는 경의중앙선을 타고 양평 용문산을 갈 계획이었지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급하게 수락산으로 선회했다.

수락산 등산 코스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최단거리를 자랑하는 석림사 코스를 택했다. 7호선 장암역에 내려서 1km 정도를 걸어가면 석림사가 나온다. 장암역에서 수락산을 바라보면, 저기를 오늘 안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덜컥 든다.

3월답지 않게 따듯한 날이 계속되는 한 주였다. 주말까지 따듯하다. 오후 2시 반에 시작하는 느긋한 산행 길이 봄날의 햇살로 더욱 느긋하다.

대동소이한 몇 가지 코스가 있는데, 어차피 별 차이가 없어서 그냥 길 따라 올랐다. 결국에는 1-1 코스, 깔딱고개 지나는 코스를 지났다.

석림사를 지나고 500m 정도를 더 간 지점부터 길이 급속도로 험해진다. 거리가 짧은만큼 경사는 가파르다. 바위산이라 걷기도 불편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석림사 코스를 택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일정에 더 여유를 두는 것이 좋겠다.

봄이라 가물어서 계곡이 앙상하다. 이로부터 며칠 뒤에 경남 산불이 터졌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봄은 매우 가물기 때문에 등산 중 화재 사고 발생에 더욱 유의하여야 한다.

봄의 전령도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정말 봄이 오긴 왔구나!

어느 방향으로 가도 길은 다 통한다. 그리고 어느 방향이나 다 너무 가파르다.

산세가 험한 것이 아주 장엄하다. 내가 암벽가라면 저 바위들을 타고 싶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난 쇄골이 부러져서 마음도 콩알만해졌지.

정상 부근에서는 이제 슬슬 도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 너머가 바로 의정부 도심이다. 날이 막 맑은 날은 아니어서 다소 시야가 흐릿하긴 하다.

이 산, 저 산 다니다보니 산마다 깔딱고개라는 봉우리가 참 많기도 하다. 숨이 깔딱 넘어간다는 깔딱고개, 이름이 참 귀엽다. 나도 깔딱고개까지가 참 힘들었는데, 깔딱고개부터 정상까지는 데크가 잘 정비된 편한 길이다. 힘을 내보자.

드디어 2시간 여만에 수락산 정상에 도착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저 태극기가 있는 바위까지 올랐을텐데, 이제는 겁이 많아졌다.

얌전하게 주봉 푯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본다.

정상에서 음료수 파는 아저씨한테서 3,000원 주고 포카리 스웨트를 한 캔 샀다. 정말 천국의 맛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극락 중의 극락은 산 정상에서 즐기는 막걸리 한 잔이다. 산행의 고됨을 싹 씻어주는 그야말로 청량함 그 자체다.

정상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경관을 감상한다. 여기가 서울 북부의 명산 수락산이다! 이렇게 15번째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