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5 대만 여행 [Day.4]

무소의뿔 2025. 2. 9. 23:25

4일차 대만 여행은 본격적인 가오슝 투어를 계획했다. 가오슝이 자랑하는 호수공원, 연지담을 우선 향해 본다.

연지담으로 가는 길 공원이 아주 잘 조성되어 있다. 고즈넉한 풍경이 마음에 든다.

이날 날씨는 전반적으로 흐렸고, 때로는 비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또 해가 날 때는 너무 더워서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정말 섬나라의 날씨란 예측불허이다.

연지담에는 오리가 참 많았다. 붉은 머리의 오리는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신기하면서도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몰골이다.

본격적인 관광에 앞서 우선 배를 채워야 한다. 타이베이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문이 연 가게면 망설이지 않고 들어가기로 결심해 본다.

밑반찬으로 주문한 배추김치와 건두부와 계란 조림 그리고 연두부와 발효된 계란이다. 가격은 30~40 대만 달러로 저렴한 메뉴들이었는데, 김치는 괜히 주문했다 싶었다. 우리나라의 김치와는 맛이 좀 다르다. 배추 맛도 다르고 양념 맛도 좀 다르다. 건두부와 계란 조림은 아주 훌륭했다. 두부를 말려서 조림으로 하니까 식감이 고기와 비슷한게 콩고기 같은 느낌도 난다. 발효 계란은 이번에 처음 먹었는데, 삭힌 홍어와 비슷한 느낌이기는 하지만, 그 삭힘의 정도는 훨씬 덜 해서 먹기에 부담은 없었다. 뒷맛에 삭힌 향이 살짝 올라오는게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연두부는 먹는 순간 딱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역시 두부는 신선한 걸 먹는 게 최고로 맛있는 거였구나! 굳이 취두부를 먹을 필요가 없구나!"

메인 메뉴로는 중국식 자장면을 택했다. 현지에서 먹는 자장면은 과연 무슨 맛일까? 오이를 정성스럽게 골라내고 남은 재료를 비벼서 먹는데, 우리나라 자장면보다 소스가 덜 진하고 달고 짠 맛도 덜하다. 슴슴한 맛이랄까? 나쁘지는 않았지만 뭔가 2% 아쉬운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연지담으로 돌아왔다. 여행 전부터 우리를 흥분시켰던 용호사로 향한다. Temple of Dragon and Tiger!!!!! 수상에 세운 두 탑을 지키는 수호신이 하나는 용이고 하나는 호랑이이다. 이곳의 랜드마크이니만큼 관광객들이 줄을 이루고 있다.

용호사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한 번 찍어본다. 용과 호랑이의 기운이 올 한해 나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용호사에서 조금만 더 가면 또 다른 수상 정자가 나온다. 정자로 가는 길에 용이 한 마리 있고, 터널처럼 그 안에 전시물들을 배치해 두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북극뭐천상제. 관우일까? 일단 수염 길면 다 관우처럼 느껴진다.

연지담 풍경구에는 공자묘도 있다. 특별히 대단할 것은 없지만 잠시 둘러본다.

이제 가오슝의 또다른 명물 치진 섬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를 타기 전 편의점에 들러 현지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엔초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엔초보다 훨씬 고급진 맛의 아이스크림이다.

치진 섬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야 한다. 대만의 지하철들은 역을 크고 웅장하게 잘 꾸며놔서 흡사 기차역과 같은 느낌이다.

치진 섬을 가기 위해서는 페리도 타야 한다. 구산 페리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 본다. 선착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관광객들도 많고 현지인들은 더 많았다. 이지카드로 페리를 탈 수 있는데, 요금은 30 대만 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치진 섬에서 바로 밀크티를 때려준다. 길거리 밀크티 가게치고는 매우 훌륭한 맛이었다.

마치 제주의 검말레해변처럼 검은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치진 해변. 한국으로 치면 9월 정도되는 선선한 날씨이다. 날이 조금만 더 따듯했다면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치진 섬의 핫스팟에서 사진도 찍어본다. 치진 섬이 꽤나 커서 걸어서 둘러보기는 다소 어렵고, 전기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보면 아주 좋다. 마치 우도에 가면 전기 스쿠터와 이를 개조해서 3인승, 4인승으로 만든 이동수단들을 대여해주듯이, 치진 섬에도 비슷한 이동수단들을 대여해 준다. 전기 스쿠터가 아니라 전기 자전거가 베이스라 출력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싸다. 우도에서는 3시간에 5만원이었는데, 여기 치진 섬에는 1시간에 300 대만 달러이다.

일몰 즈음이 되니 치진 섬을 떠나는 사람들로 선착장은 다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귀신같이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흐려지더니 곧이어 비가 내렸다.

홍콩을 연상시키는 가오슝의 스카이라인이다. 구산 선착장과 치진 섬은 10분 거리밖에 안 되지만, 페리에서 바라보는 가오슝의 전경이 또 명물이다.

대만에서 리모와를 살까 하고 잠시 들려본 이스카이몰. 안타깝게도 환율 경쟁력이 최근 급격히 악화되어서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대만에서 사는 게 더 비싸다...

루이펑 야시장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현지 식당. 어제 먹은 야장과는 비교도 안 되게 훌륭한 맛이었다. 대만에서 먹은 것들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럽다고 평할 수 있을 정도였다.

훈툰탕. 우리나라로 치면 맑은 만두국이다. 훈툰탕 국물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아 이 집 잘 한다!' 딱 느낌이 왔다. 

아.. 이것이 현지의 샤오롱바오인가!!! 만두는 이렇게 빚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는 스승과도 같은 맛이었다.

고기만두 역시 더할 나위 훌륭했다. 만두에 관해서는 대만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군만두까지 훌륭했다. 이 집 정말 맛집이다. 이스카이몰 근처의 이름 모를 맛집...

루이펑 야시장은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로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이미 배가 많이 부르기도 했다. 갖은 먹거리와 아기자기한 소품 노점이 즐비해서 구경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었다.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더 즐거웠을텐데 말이다. 어찌되었건 이렇게 대만 여행 4일차의 밤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