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만 여행 [Day.2]
대만 여행 2일차로는 그 유명한 예스폭진지 버스 투어를 예매해 두었다. 예스폭진지는 예류 지질공원, 스펀 마을, 스펀 폭포, 진과지, 지우펀 다섯 명소를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이미 2016년에 다녀온 곳들이지만, 거의 10년 만이니 가 볼만 하다. 사실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잘 안 난다.
대만도 설 연휴라서 예류 지질공원까지 가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그래도 날씨만큼은 죽여준다. 9년 전에는 날이 꽤나 흐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날이 맑으니 태평양과 지질공원의 풍경이 잘 어우러진다. 해풍에 침식된 독특한 형상의 석괴들이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간 여유가 넉넉히 있었다면 저 송전탑까지 다녀오고 싶었는데 말이다. 사실 어느 정도 가다가 복귀 시간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바다가 시원한게 참 마음까지 뻥 뚫린다.
지질공원 가장 깊숙한 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본다. 저 빨간 선을 넘어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경비 아저씨의 호루라기가 매서워서 빠르게 포기했다.
예류 지질공원 다음에 들린 곳은 스펀 마을. 가이드가 설명해줬는데, 스펀이란 말은 10가구를 뜻한다고 한다. 여기에 10개 가구가 모여서 한 마을을 이루었는데, 외부 침입자가 들이닥치면 근처의 산으로 대피하고, 마을에 남아 있는 자가 외부 침입자가 물러가고 나면 연등을 띄워 사람들에게 돌아오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 연등은 전승되어 감에 따라 변형되어 이제는 관광객들의 기복을 위해 날린다. 우리는 거부와 진정하고 충만한 사랑을 기원하며 연등을 날려보았다.
하늘로 잘 솟아오르는구나. 제발 그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단 말이다!
늦은 점심 겸 간식으로 닭날개볶음밥을 먹었다. 닭날개살을 마치 닭다리살처럼 꾸며놓았는데, 그 안에 볶음밥이 들어 있다. 의외로 맛이 꽤나 훌륭했다.
스펀 마을에서 기념 사진도 찍어본다. 연등을 날리는 곳이 철도 위인데, 느린 철도가 10분 간격으로 지나다닌다.
대만에 왔으니 밀크티도 열심히 마셔본다. 어딜 가도 밀크티 가게가 참 많다. 공차를 생각하면 좀 심심한 맛이지만, 오히려 매력적이다.
다음 행선지는 스펀 폭포. 자연 폭포로 이 정도 규모면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재작년에 아르헨티나에서 이미 이과수 폭포를 보고 온 몸이지 훗.
스펀 폭포를 배경으로 가이드가 사진도 찍어준다. 허리가 너무 휘었구나!
대만 사과도 먹어본다. 여기에 매실가루를 뿌려먹는데, 사과보다는 당도가 떨어지고 약간 과육이 퍽퍽한 감이 있다. 대단히 특별한 맛은 아닌 듯하다.
다음 행선지는 진과스. 진과스는 석탄과 금을 채굴하던 광업 도시(?), 마을이었다고 한다. 아쉽게 설 연휴라 박물관이 문을 닫아서 광부 도시락을 먹고 주변을 돌아보는 정도로 마무리해야 했다. 광부 도시락은 정말 humble하기 그지 없었다. 밥이라도 좀 볶음밥 스타일이었다면 더 먹을만 했을텐데!
산 중턱에 아직 남아있는 마을. 마을을 보면서 번영했을 진과스의 옛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본다.
예스폭진지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인 지우펀.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는데, 미야자키 하자오가 지우펀에서 영감을 받아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든 게 아니었다! 어디서 와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냥 예쁜 마을이었던 것! 평소에도 붐비는 관광명소이지만 연휴라서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우선 소시지 구이로 가볍게 입에 즐거움을 준다. 우리나라 햄보다는 조금 더 푹신하고 단 맛이 강하다.
거리 곳곳을 꽉 채우고 있는 홍등이 자아내는 지우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참 좋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와 마을들의 풍경. 여수, 순천, 광양에 가면 보이는 모습과 꽤나 닮아 있다.
지우펀에서 우육면에도 도전해 본다. 정통 우육면의 맛은 과연 어떨까?
매우 훌륭하다! 재작년 추석 코타키나발루 바쿠텐에서 먹었던 자작한 국물의 우육조림(?)과 맛의 결이 닿아있다. 약간의 한약재 맛과 향과 고기의 육향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 대만족한 식사였다.
그에 비해 우유치즈스틱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강렬한 고소한 내음에 끌려서 40원이나 주고 주문을 했는데, 맛은 의외로 퍽퍽하고 별로였다. 냄새만 즐길 걸!
거의 11시간에 가까운 예스폭진지 투어를 마치고 다시 시먼딩으로 돌아왔다. 가이드의 추천을 받아 시먼딩의 한국식 주점인 '은하당'에 들렀다. 외국에서 먹는 한식은 역시 가격이 비싸다. 오징어숙회를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며 친구와 나는 한게임 맞고를 쳤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계속 맞고를 쳤다. 이날 마신 맥주가 각자 4,000cc이다. 새벽 4시 반까지 맞고를 치고 나서야 우리는 잠에 들었다. 정말 지독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