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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동유럽 여행 [Day.4]

무소의뿔 2024. 7. 15. 23:26

오늘은 비엔나의 아름다운 궁전들을 오전에 돌아보기로 했다. 비엔나도 지하철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트렘이나 버스를 굳이 이용하지 않고도 비엔나의 주요 관광 명소들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스크린도어가 없는 지하철을 오랜만에 보니 조금 무섭다.

비엔나에는 궁전이 여럿 있다. 어떤 궁전은 황제의 별장이고, 또 어떤 궁전은 황제의 집무실이기도 하고, 어떤 궁전은 황실이 함께 거처하는 집이기도 했다. 오늘은 비엔나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되는 쇤부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 두 군데를 돌아보기로 했다.

쇤부른 궁전 뒤뜰의 잘 조경된 정원과 그 뒤의 글로리에테. 오늘 날이 맑아서 깨끗한 뷰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더웠다.

입장권이 좀 비싼 편이긴 한데, 그래도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어서 궁전 안쪽을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그냥 방만 돌아다녔으면 뭐가 뭔지 전혀 모르고 '오 예쁘네'하고 끝났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각각의 방들은 기능을 달리하고 또 방을 꾸미는 스타일도 다 달라서, 비교하면서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궁궐 내부를 다 돌아보고 나서는 글로리에테를 올랐다. 글로리에테 전망대는 5 유로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여야 하고, 전망대를 안 올라가고 언덕까지만 올라가는 것은 무료이다. 전망대를 오르는 길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글로리에테에서 내려다본 쇤부른 궁전과 비엔나 시의 모습. 어마어마한 정원과 궁전의 크기를 느낄 수 있다.

글로리에테 전망대 입장권을 미리 끊어 놓아서 전망대까지 꾸역꾸역 올랐다. 2층짜리 전망대라 '굳이' 올라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전망대에 오르니 훨씬 뷰가 좋다.

오후에는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궁전을 하나 보는데 족히 2시간은 필요하다. 좀 더 여유롭게 감상한다면 3시간까지도 걸린다. 쇤부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은 입장권을 살 때 입장 시간을 30분 단위로 정하기 때문에, 그 전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입장이 불가하다. 나는 2시에 벨베데레 궁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벨베데레 궁전의 정원은 쇤부른 궁전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나름 운치 있게 조경을 잘 해 놓았다.

고등학생 때 세계사 교과서에서 보던 나폴레옹 초상화가 벨베데레 궁전에 걸려 있다. 오랜만에 반가운 마음이다. 벨베데레 궁전은 궁전 자체의 수려함보다는 궁전이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이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벨베데레가 더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도 여러 전시되어 있다. 물론 나는 구스타프 클림트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여기 와서 알게 되었다.

저녁에 음악회를 보기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비엔나의 놀이공원에 들렀다. 비엔나 놀이공원은 시스템이 좀 희한한데,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테마파크 입장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펜스도 없고 입장료도 없는 대신, 여러 기구를 탈 경우 할인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기구 별로 타야 한다. 무얼 탈까 고민하다가, 대관람차를 탔다. 타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 비포 선라이즈에 나왔던 관람차는 다른 놈이었다...

그래도 관람차에서 바라 본 비엔나의 모습도 훌륭했다. 역사 지구 정반대편에는 산업화된 비엔나의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 있는 타워는 아마 비엔나의 쓰레기 소각탑일 것이다. 훈데르트 바서라는 오스트리아의 건축가가 특별히 설계한 건축물로, 쓰레기 소각탑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모습이다. 참고로, 우도에 훈데르트 바서 테마파크가 있다.

저녁은 슈니첼과 독일식 소시지를 먹었다. 독일 음식답게 짜다. 슈니첼은 우리나라 돈까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더 패티가 부드럽고 튀김옷이 얇았다. 소시지는 훌륭했다. 역시 게르만은 소시지다.

4일차 일정의 마지막은 음악회 관람이다. 모차르트와 비발디를 테마로 한 관현악 합주를 2시간에 걸쳐 감상했다. 특이한 점은 피아노 없이 클라비어 비슷한 피아노 전신의 건반 악기가 합주에 쓰였는데 기타 같은 음색이 돋보였다. 음악회 감상을 끝으로 4일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