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틈틈이 읽었다. 제주 시내의 작은 서점에서 손이 가는대로 집은 책이었다. 배를 타고 섬을 갈 때,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갈 때, 틈틈이 읽었는데 그리 길지 않은 책이라서 빠르게 독파하였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소설을 이것저것 손 닿는대로 읽어볼 요량이다.
유명한 책이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다소 동화 같은 느낌은 있지만, 또 그런 소년 만화 같은 단순함이 이 이야기의 장점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양치기가 꿈을 찾아 '자아의 신화'를 이루려고 떠나는 여행, 그리고 그 여행 끝에 보물을 찾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이다.
보물, 자아의 신화, 뭔가 유치한 듯하지만 잊고 살던 오래된 것들이 내 안에서 환기되는 기분이었다. 가끔 소년 만화를 보면 위대한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주인공들을 보게 되는데, 그런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노력이랄까 헌신이랄까 투신이랄까 그런 것들이 나 같은 보통의 평범한 사람, 매일매일의 지난한 일상을 살아가고 감정의 기복이 있고 혼란스러워 하는 그냥 사람들에게는 순수한 열정이 엿비치는 것 같아 괜히 찡할 때가 있다. 보물을 찾아 떠나는 산티아고의 여정도 그런 점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나간다는 그 순수함을 잘 보여준다.
물론 우리의 꿈은 시시각각 변하고, 우리의 생각도 계속 바뀌고, 우리의 마음도 바뀌지만, 그것들을 그 길들을 계속 걸어가는 그 자체가 자아의 신화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지금의 나에게 어떤 절대적이고 고정된 갖고자 하는 보물이 있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 자아의 신화를 써내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