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4 오사카 여행 [Day.2]

무소의뿔 2024. 4. 10. 13:43

오늘은 본격적인 오사카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월요일 아침이라 지난 밤의 환락을 모조리 잊은 듯한 도톤보리의 아침이 인상적이다. 마치 강남역 뒷골목을 연상시킨다.

난바 역으로 나아가는 길에 한산한 틈을 타 글리코상을 한번 더 기록해 본다. 삼각대 등의 보조 장치가 없어서 저 만세 포즈를 못하고 왔다는 게 다소 아쉽다.

오전에는 우메다를 관광한다. 한큐 백화점의 오픈 시간을 맞춰 꼼데가르송 매장을 들리고자 하였다. 한큐 백화점의 별관으로 한큐 맨즈가 있다. 꼼데가르송 남성 매장은 한큐 맨즈에 있다. 게스트 쿠폰 5%과 택스 리펀 10%을 기본으로 받을 수 있어서 가격 메리트가 확실히 있다.

그러나 내가 사고 싶어했던 가디건 색상이 없었다. 와펜조차 없는 자색고구마색 가디건이 오늘 팔고 있는 가디건의 전부라는 매장 직원의 말에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린다.

한큐 백화점 바로 옆에 '헵 파이브'라는 쇼핑몰이 있고,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대관람차가 있다. 오사카 주유패스를 끊으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오사카 주유패스는 2024. 4. 30.까지만 2일권 적용이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1일권만 판매, 운영한다고 한다.

대관람차에서 바라본 오사카 시내의 풍경이다. 이 날 날이 유독 쾌청해서 시티 뷰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가 없었다.

대관람차를 잘 즐기고 나서 우메다 역에 위치한 규카츠 교토카츠규에서 점심을 먹었다. 일본 여행을 왔으면 규카츠 정도는 한 번 먹어줘야지!

질 좋은 고베 규를 써서 단가는 다소 비싼 편이지만, 육질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일본도 우리나라가 한우 취급하는 것처럼 고베 규는 품질 인증을 철저히 하나보다. 국산 흑모규! 생맥주 한 잔을 아니 곁들일 수 없는 황홀한 맛이다.

우메다 역에서 조금 걸어야 하기는 하지만, 이왕 우메다로 온 김에 우메다 공중정원에도 들렸다. 우메다 스카이 빌딩에 위치한 전망대인데,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물이라 시설이 매우 훌륭했다. 전망대가 실내가 아니라 아예 옥상에 위치하고 있어서 더욱 맑고 선명한 오사카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사카는 바다로 이어지는 강 하구에 위치한 도시이다. 길고 곧게 흐르는 요도 강과 넓게 펼쳐져 있는 오사카의 빌딩들이 꽤 볼만하다.

우메다에서 다시 난바로 돌아오는 길에 어제의 아디다스 브랜드 코어 스토어에 들려서 져지 2벌과 하의 트레이닝 바지 1벌을 구매했다. 올 봄 나의 카페 근무를 책임져 줄 귀중한 녀석들이다. 어째 꼼데가르송보다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오후에는 오사카 관광의 하이라이트, 오사카 성을 보러 이동했다. 출출해서 오사카 성 공원 입구의 푸드 트럭에서 700엔을 주고 소고기 꼬치를 사 먹었다. 맛은 있었는데, 양이 다소 아쉽다!

오사카 성으로 가는 공원에 벚꽃이 흐드러진다. 확실히 도쿄보다는 벚이 볼 만하다. 날이 좋아서인지 평일인데도 벚꽃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며칠이면 벚이 다 질 듯한 기세로 잎사귀들이 올라온다. 차를 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막차에 올라타 있었던 셈.

오사카 성은 성 자체의 미려함도 훌륭하지만, 성을 둘러싼 이중의 해자가 또 장관이다. 오사카 주유패스를 끊으면 저 통통배를 무료로 탈 수 있다. 다만, 배에서 보는 뷰에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그리고 나는 오사카 성으로 가는 길에 오사카 주유패스를 잃어버렸다! 클룩에서 32,000원 주고 구매한 내 주유패스!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어야 저 성의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현장 발권도 가능하지만 발권 줄이 일단 상당히 길고, 입장료 500엔을 따로 받는다. 망연자실해져서, 그냥 먼발치에서만 오사카 성을 보다가 되돌아왔다. 뭐, 살면서 한 번은 오사카를 또 오지 않을까?

바깥 쪽의 해자는 너비가 꽤 커서 마치 호수 같다. 해자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공원을 빠져나오며 오사카 성 관광을 마친다.

지하철을 타고 덴노지 공원으로 이동했다. 덴노지 동물원도 있는데,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으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나는 주유패스를 잃어버렸으니 공원만 가볍게 즐기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때는 이미 일주일 간의 여독이 쌓이고 쌓여 일보 일보를 내딛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운 지경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이겨내면 된다. 하루카스 300 전망대에서 오사카의 일몰을 보러 가야 한다 육교를 건너면서 시내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꽤 마음에 드는 컷이다.

하루카스 300 전망대 빌딩 역시 비교적 최근에 세워졌다. 덴노지 공원에서 바라본 하루카스 300 빌딩은 마치 레고 블럭 같다. 전망대가 300m 높이에 위치해 있어서 하루카스 300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하루카스 300 빌딩 입장권은 오사카 주유패스로도 해결이 안 된다. 입장료 할인 혜택이 있기는 하지만, 입장권 자체는 따로 구매하여야 한다. 오사카의 동편을 바라본다. 도시의 생김새가 육안에 들어온다. 강을 접하고 있고, 도시 외곽을 둘러싼 얕은 산줄기가 있다. 1,000년 전의 오사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동일한 땅 위에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면, 늘 모종의 묘한 기분이 스쳐간다.

강 건너로 저물어가는 오사카의 일몰은 매우 장관이었다. 일몰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전망대의 서편에만 사람이 북적였다.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 일몰을 온 눈에 담아보았다.

하루카스 300 전망대에 내려와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신세카이로 향했다. 우리말로는 '신세계'이다. 난바 지역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신세카이가 오사카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신세카이라는 이름이 다소 무색하게 명동의 뒷골목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츠텐가쿠가 이 근방의 명물이다. 하지만 이미 더 높은 마천루를 둘러보고 온 터라 특히 눈길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현란한 네온과 어지러운 간판, 1990년대의 서울을 연상시키는 이 기분. 이것이 정녕 오사카 밤의 감성이란 말인가!

'쿠시카츠 다루마'. 꼬치를 파는 신세카이의 유명 꼬치구이 가게이다. 다찌 석으로 다소 비좁게 되어 있고 착석할 수 있는 자리도 넉넉치 않다. 앞에 웨이팅이 없었음에도 자리가 비기까지는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오랜 기다림을 보상할 만큼 매우 훌륭한 맛은 아니었다.

사나이답게 15종 모둠 꼬치를 주문했다. 꼬치는 5개씩 나눠서 튀겨 내오는데, 다양한 튀김 재료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튀김 특성상 먹다보면 기름맛이 강하게 느껴져서 조금은 물리는 감이 있다.

쿠시카츠 다루마에서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돈키호테 신세카이 점을 짧게 둘러본 후 오사카 여행 2일차를 마무리하였다. 이제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