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4 도쿄 여행 [Day.4]

무소의뿔 2024. 4. 8. 12:22

오늘은 여행 4일차이다. 4일차의 테마는 벚꽃이다. 원래 도쿄를 이 시기에 찾아온 이유도 만개한 벚꽃을 200% 즐기기 위함이었는데, 다소 아쉽지만 예년보다 개화 시기가 대단히 늦어지는 관계로 제대로 꽃놀이를 하지 못했다. 내일은 도쿄 여행을 끝내는 날이라 시간이 없고, 결국 오늘이 도쿄의 벚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셈이다.

첫 번째로 찾은 벚꽃 명소는 요요기 교엔! 이날은 도쿄 날씨가 매우 화창했다. 주말을 맞아 관광객, 현지인 할 것 없이 모두 공원으로 놀러 나온 듯 하였다. 일본의 공원은 어딜 가나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산책하는 맛이 좋다.

하지만 요요기 교엔의 벚은 여전히 앙상했다. 위태롭게 한 줌의 벚꽃을 핀 가지가 다소 외롭다. 봄은 느리게 다가오나 보다.

돗자리를 가져왔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테이크아웃해서 먹을 수 있었을텐데!

조팝나무도 꽃을 피워냈다. 청포도 스파클링이 연상되는 상큼한 비쥬얼이다.

요요기 고엔을 짧게 둘러보고 바로 옆의 메이지 신궁으로 향했다. 확실히 도쿄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라서 그런지 서양인 관광객이 참 많았다. 신궁 바로 근처의 하라주쿠에서 오므라이스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웨이팅이 정말 어마무시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도쿄 시민들 전부 밖으로 쏟아져 나온 듯, 하라주쿠는 이동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묘수를 떠올린 것이, 신궁 안의 레스토랑은 그래도 웨이팅이 덜할 것 같다는 예상 하에 먼저 신궁으로 진입해 보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10분 정도 웨이팅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야 감지덕지이다. 하라주쿠에서 오므라이스를 못 먹은게 마음이 쓰여서 레스토랑에서 비프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가격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맛은 의외로 매우 훌륭했다. 유원지의 명성에 기대어서만 매출을 올리는 식당은 아니었던 셈. 몹시 시장하던 차에 정갈한 오므라이스를 먹고 기분이 다소 좋아졌다.

배를 채웠으니 다시 여행을 이어가본다. 메이지 신궁 안에는 한쪽 벽을 사케통으로 채워 놓은 공간이 있는데, 이게 또 장관이다. 나중에 다 늙어서 은퇴하면 술을 빚으며 소일거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신궁 자체는 특별할 것은 없다. 고즈넉한 일본풍의 목조 건물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건물과 닮아있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부분들이 느껴지는데, 미술 전공이 아닌데다가 이쪽으로는 문외한이라 그냥 감상만 가져가 본다.

메이지 신궁을 벗어나 하라주쿠를 지나 오모테산도로 가본다. 분주한 주말의 도쿄를 사진으로 기록해 본다.

오모테산도에 크게 상점을 꾸리고 있는 랄프로렌이다. 1층 한켠에는 '랄프스커피'라는 카페를 운영 중인데, 랄프로렌의 감성으로 공간을 꾸며서 볼 만 했다. 랄프스커피를 한 잔 하고 싶었으나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심지어 바로 옆에 랄프스커피 테이크아웃 트럭이 있었는데, 트럭 웨이팅 줄마저 엄청 길었다) 포기하고 랄프로렌 매장만 간단히 둘러보았다.

2016년 대학 친구들과의 도쿄 여행 때 들렸던 아디다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다시 찾았다. 8년만의 재방문이라 기분이 묘하다. 아디다스의 2024년 라인업을 둘러보며 구매 욕구가 샘솟았다. (그리고 결국 나는 며칠 뒤 오사카에서 모두 질러버리고 말았다!!)

오모테산도를 둘러본 후에는 신주쿠 교엔으로 향했다. 요요기 교엔이 그냥 커피라면, 신주쿠 교엔은 T.O.P라 할 수 있다. 신주쿠 교엔은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은데, 벚꽃 시즌에는 예약제로 운영을 한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고!! 신주쿠 교엔을 포기하여야 하나 싶었지만, 4시까지는 예약자만 입장이 가능하고, 4시 이후에는 현장 발권이 가능하다. 천만 다행이지 말이다.

확실히 요요기 교엔보다 벚나무 수량이 더 많다. 몇몇은 이미 꽃을 활짝 피워냈다. 진분홍의 벚꽃이 진짜 도쿄로 벚놀이를 왔음을 실감케 한다.

신주쿠 교엔은 크게 4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구역 별로 조경을 조금씩 달리 해놨다. 물론 조경에도 문외한인 나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래도 호수는 참 고즈넉하니 좋다. 꼭 벚꽃이 아니더라도 조경이 잘 된 공원이 가져다주는 정신적인 여유로움이 잘 느껴진다.

진분홍과 연분홍의 꽤 괜찮은 콜라보레이션. 일본인도 많았지만 외국 관광객의 숫자도 꽤 많았다. 다들 벚놀이하러 왔니??

신주쿠 교엔의 벚꽃 베스트 컷!!! 이 정도면 완벽하진 않지만, 벚놀이 소기의 목적은 꽤 달성한 셈. 이역만리 타국에서 즐기는 벚꽃이라니!!!! 찢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실제로는 1시간 정도 시차가 있지만 시각은 동일하게 쓴다. 그러니까 도쿄의 6시는 서울의 6시라는 것인데, 그만큼 해도 일찍 진다. 우리나라는 7시가 일몰인데, 일본은 6시 조금 넘은 시각이 일몰이다. 6시면 신주쿠 교엔 문을 닫는다. 아쉬움에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노을과 함께 신주쿠 교엔 뒤편으로 우뚝 솟은 도쿄 도청을 사진으로 찍어본다. 8년 전 도쿄 도청 전망대에 올랐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8년 전과 지금의 도쿄의 풍경은 같으면서도 꽤나 달라져 있다. 나도 8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로는 플렉스를 하기로 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긴자의 우나기동 맛집, 치쿠요테이로 향했다. 정말 운이 좋게 웨이팅 없이 바로 착석이 가능했다. 간판에서부터 이미 근본력이 물씬 풍겨온다.

덮밥형과 도시락형이 있는데, 도시락형이 8,000원 정도가 더  비싸다. 아마 장어의 양 차이가 아닌가 싶다. 맛은 동일했다. 우나기동은 장어 소스가 눅진하게 배어든 밥을 씹을 때의 그 맛이 참 좋다. 우나기동 단품 메뉴는 3,000엔 ~ 4,000엔 정도로 가격대가 다소 있는 편이지만, 치쿠요테이의 우나기동은 값어치를 확실히 한다.

우나기동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근처의 이자카야로 향했다. '후쿠미미'라고 꽤 유명한 이자카야이다. 서양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하의 술집이었는데, 야키토리를 주종목으로 하는 주점이다. 웨이팅을 20분 정도 하고 나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찌 석이 인기가 좋은데, 테이블 석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테이블 석에 앉았다. 기본 안주로 크래커와 크림치즈를 주는데, 이 크림치즈가 마약이다. 마지막 날이니만큼 도쿠리로 사케를 즐겨본다.

꼬치구이 5종 세트를 우선 주문해보았다. 불향이 제대로 나는 훌륭한 구이다. 달콤쌉살한 사케와 풍미가 나쁘지 않은 야키토리와 함께 도쿄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