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4 도쿄 여행 [Day.1]

무소의뿔 2024. 4. 3. 23:15

봄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2주 전에 베이징으로 4박 5일 출장 아닌 출장을 다녀오긴 했지만, 그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기 때문에 여행이라고 할 만한 구석이 전무했다. 그러니까 나의 마지막 해외 여행은 반년 전인 코타키나발루가 마지막인 셈이다. 도쿄는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언제 가도 좋은 여행지이다. 특히 장기간 지속된 엔저 현상을 노리고 이번 여행에서는 평소 여행에선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쇼핑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새벽 4시 반에 힘겹게 일어나 아침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간다. 공항은 언제 가도 참 멀다. 실제 비행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비행을 하기 위해, 그리고 비행이 다 끝나고 도시로 이동하는 과정이 참 고되다. 4시 반에 일어났지만 도쿄의 호텔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였다. 가까운 듯 먼 일본이다.

짐을 풀고 바로 도쿄 여행을 시작해 본다. 우선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였으니 시장기를 달래야 한다. 도쿄에서의 첫 끼니는 롯폰기에 위치한 이마카츠 본점에 도전했다. 다행히 식사 시간대가 아니라 웨이팅이 그리 길지 않았다.

튀김옷이 되게 부드럽다. 속재료 역시 육즙이 살아 있는데, 튀김 특유의 퍽퍽한 느낌이 전혀 없다. 나는 이마카츠 정식을 시켰는데, 고기 완자,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감자 무스 등 다양한 속재료를 하나의 구성으로 내온다. 부드러움의 극치라 할 만하다. 첫 끼니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매우 대만족한 식사였다!

재작년 도쿄 여행 때 롯폰기에서 머물러서 롯폰기 근처의 지리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요기를 다 마치고 찾은 곳은 도쿄타워! 도쿄에 수많은 랜드마크와 고층 빌딩에도 불구하고, 나는 약간은 옛스러운 도쿄타워가 더 정감이 가고 눈길이 간다. 다만, 도쿄타워는 그 어떠한 역에서도 가깝지가 않아서 꽤나 걸어야 한다는 사실... 이번 방문 때는 타워를 굳이 오르진 않고 타워를 가까이서 감상만 하였다.

도쿄타워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자부다이 힐즈이다. 이 건물은 무료로 전망대를 개방하고 있다. 2023년 11월에 오픈한 건물이니 내가 다녀왔던 2022년에는 없던 새로운 건물이다. 한 도시를 여러 번 방문하면서, 그 변화상을 추적하는 재미가 또 있다. 높이는 320m를 넘어서서 무료 개방 전망대치고는 뷰가 훌륭했다.

해질녂의 도쿄. 언제봐도 인상적인 스카이라인이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높고 낮은 건물들, 잘 구획된 블럭들이 인상적이다.

일몰을 기다려 야경을 볼까 했지만, 일단은 이 정도 감상으로 만족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발걸음을 돌리기 전에 아자부다이 힐스 전망대에 오른 이유를 사진 기록으로 남겨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도쿄 타워도 훌륭하지만, 전망대에서 한 눈에 담는 도쿄타워는 더욱 장관이다. 해질녘의 햇살을 받아 더욱 색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방문 때보다도 더욱 만족스러운 도쿄타워 감상이다.

아자부다이 힐스에서 내려와 다시 500m 정도를 걸어서 모리 정원으로 향했다. 조경이 잘 되어 있는 작은 공원이다. 작은 호수도 있다. 벚꽃이 피어 있기를 바랬지만, 도쿄 기상청은 완전히 틀렸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제대로 된 벚꽃을 감상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호숫가를 한 바퀴 산책하는 것으로 모리 정원 구경은 마쳤다.

벚꽃과 도쿄타워를 한 컷에 담아보았다. 일본의 벚꽃나무들은 꽃을 많이 피우지는 못하는 듯하다. 여의도에서 본 벚꽃들은 가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꽃을 피우는데, 흠... 일본 벚꽃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나!!

모리 정원에서 발을 재촉해 시부야로 향했다. 시부야 스퀘어는 언제 봐도 놀랍다. 오거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 이날은 관광객도 많아서, 신호가 바뀌자 영상을 촬영하며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음이 넘치는 시부야다.

저녁은 시부야의 유명한 야끼니꾸 맛집 '호루이치'에서 먹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할 수 있는데, 예약이 우선이고 현장 대기는 후순위라서 대기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 40분 이상을 대기했던 듯 하다. 일본의 여느 가게가 그러하듯 내부 테이블이 많지는 않다. 우리는 그래도 운 좋게(?) 다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우리는 파우설과 와규 3종 모둠을 주문했다. 곱창과 같은 부속 부위를 '호르몬'이라고 번역한 것이 웃음 포인트다. 와규를 써서 가격대가 조금 센 편이긴 하지만, 일본은 어딜가나 음식 물가가 비싸니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엔저니까 맛있게 먹어본다. 나마비루와 함께!

파우설은 우설을 넓게 썰어낸 위에 양념된 파를 올려내온다. 양념된 파의 달짝지근한 맛과 우설의 쫄깃한 맛이 어우러져서 매우 훌륭한 식감을 자랑했다.

와규 3종 모둠. 와규의 이 아름다운 마블링을 보라. 진짜 입 안에서 고기가 녹는다. 지방이 많기는 하지만 전혀 느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5종 모둠을 시키지 않은 것이 매우 후회가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다시 배가 고파진다. 고기가 워낙 좋으니 다른 것들이 필요가 없다. 군더더기 없이 고기 본연의 맛으로 너무 훌륭하다.

살짝 양이 아쉬어서 '호르몬'을 추가 주문했다. 곱창을 주문했는데, 이 가게에서는 곱창을 주문하면 대창을 내오고, 대창을 주문하면 곱창을 내온다는 이야기가 참말이었다. 한국어를 하는 종업원이 있긴 한데, 뭔가 번역이 잘못 들어간 것 같다. 이것도 여행지에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일터. 대창 맛도 훌륭했다. 점심과 저녁 모두 훌륭하게 먹은 하루였다. 이렇게 도쿄에서의 첫날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