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년의 다짐
연말과 신년을 맞아 제일 친한 친구 녀석과 양양으로 2박 짜리 여행을 다녀왔다. 익숙한 속초의 여러 맛집과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가장 기대했던 이벤트는 신년맞이 입수였다. 우리는 신년을 맞아 새로 태어나기로 했다. 한겨울의 바다, 그리고 새해의 첫 일출, 그 공간과 시간이라면 우리는 특히 나는 완전히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많은 신화와 설화에서도 물이 인물의 새로운 각성의 계기로 등장하곤 한다.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할 수 있는 양양의 가장 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대신 먹는 것은 참 맛있게 잘 먹고 돌아다녔다. 속초에 들릴 때마다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황가네찜과 청초수물회, 게다가 이번에는 중앙시장에서 바로 대게까지 먹었다. 운전을 담당한 친구한테 미안할 겨를도 없이 청하를 주문해서 두 병을 깔끔하게 비워냈다.
2022년, 2023년 두 해를 지나오면서, 나는 더 성장했을까?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제자리일까? 꿈과 욕심만 많고 이를 실천해낼 의지가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주변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했을까? 남들을 할퀴지는 않았을까? 너그러운 사람이었을까?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부여잡아 왔을까?
사실,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지난한 시간들을 내 한 몸으로 오롯이 견뎌 왔었는데 분명, 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좋았던 순간들은 너무 아득하고, 박제된 순간들을 돌이켜 곱씹는다고 하여 그 때의 감정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옅어짐을 넘어서 흔적조차 지워지고 있다. 남미를 다녀왔던 일,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한 일, 바디빌딩 대회를 준비했던 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흩어졌던 일, 여름밤에 흩어져 갔던 사담들, 흩뿌렸던 눈물들, 머금었던 미소들.
사념들을 뒤로 한채, 알람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숙소를 대충 정리하고 짐을 싸고 수영복을 안에 갈아입은 채 바지와 웃옷 그리고 외투를 덮었다. 동해안의 일출은 7시 40분이었다. 핸드폰의 일출은 서울을 기준으로 7시 4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위치 설정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급히 현재 위치에서의 일출 시각을 다시 확인해 보니 7시 40분이었던 것이다. 시계는 7시 3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친구와 급히 옷을 벗어던지고 바다로 뛰어들어갔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내 키만한 파도가 나를 덮친다. 모래사장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뒹군다.
벽력 같은 파도를 뒤집어쓰니 정신이 맑아진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기분이다. 수평선을 뚫고 올라오는 해를 보지는 못하였지만, 이것으로 통과의례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신년에는 담배를 끊어야겠다. 필 만큼 폈다. 이제 나의 건강과 미래의 나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담배를 정말 끊어야겠다.
신년에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말아야겠다. 내 삶과 현실에 더 집중해야겠다. 부질 없는 온라인 세상을 부유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야겠다.
신년에는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살이 찐다는 것은 나태의 방증이다. 자기 검열과 단련의 일환으로 운동에 더욱 매진해야겠다.
이 세 가지를 우선 지켜보려 한다. 이것들이 지켜진다면 나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항상 그래왔듯이 나는 나아갈 것이다. 더딘 걸음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