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봄
지난 주까지 참 따듯하다가 이번 주는 다시 쌀쌀해졌다. 이게 꽃샘추위라는 걸까? 오락가락하는 기온 때문에 괜시리 몸이 더 피곤한 듯이 느껴진다. 이번 주는 회사 일이 꽤나 바빴다. 대형 프로젝트만 2가지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고, 재판 때문에 외근을 나갈 일도 많았다. 지금도 성남으로 가는 택시다. 택시에서 아이패드로 일기를 쓰는 게 루틴이 될 지경이다. 오늘은 올림픽대로가 별로 막히지 않아서 쾌적하게 이동 중이다. 아주머니 기사님인데 운전이 부드러워서 편하게 이동 중이다. 아이패드로 이리저리 게임을 하다가 뒤늦게 다이어리를 폈다.
이번 주에는 수영을 두 번 다 갔다. 자고 일어나니까 왼쪽 다리 뒷부분이 조금 불편하긴 한데 어제 무리를 했나보다. 자유형은 이제 많이 익숙해져서 제법 자세가 나온다. 배영도 그럭저럭 하는 편인 것 같다. 문제는 평영이다. 발목을 엉덩이로 끌어올 때 발목이 꺾이지 않아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발이 펴진다.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물에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들다 보니 본능적으로 발목을 펴는 듯하다. 강사 분과 한 달째 평영 발차기로 씨름하고 있다. 수영을 세 달 동안 꾸준하게 할 줄은 몰랐는데 나름 취미를 붙이니 리프레쉬도 되고 참 좋다.
수요일에 술을 또 꽤 마셔서 그랬는지 어제는 수영을 마치고 집에 와 저녁을 먹고 컴퓨터를 조금 끄적이다보니 금세 졸음이 쏟아졌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바로 잠에 들었다가 눈을 뜨니 7시 반이었다. 올림픽대로의 동쪽 끝으로 달리면 수서를 돌아 구 성남을 지나 분당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온다. 예전에 이 도로를 참 많이도 운전해서 다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내일은 몇 가지 할 일만 마치고 근교로 드라이브를 다녀와야겠다.
아, 수요일에는 왕십리 유실물 센터에 들려서 잃어버렸던 지갑을 찾았다. 일주일 동안 지갑 없이 생활하는 게 다소 불편했는데, 다시 지갑을 찾으니 안도감이 든다. 지갑 자체도 비싼 것이지만 그 안에 가득 찬 신용카드들을 일일히 정지하는 일이 참 번거로운데, 무슨 배짱인지 신용카드 이용 정지도 하지 않고 버텼다. 신용카드가 쓸 데 없이 많은 것 같다. 조만간 잘 쓰지 않는 신용카드들은 하나씩 정리를 해볼까 한다.
오늘은 저녁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기로 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감독이다. 날씨의 아이를 영화관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3년 전이었다.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나는 돌아갈 것인가? 어떤 선택들은, 아니 사실 매 선택들은 우리의 인생을 비가역적으로 결정 짓는다. 그 선택의 의미와 그로 인한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이다. 그러니 선택에 있어서 늘 신중해야 하는데, 여전히 참 어렵기만 하다.
디지털 피아노를 사고 싶어졌다. 기타를 치다보니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다시 꿈틀댄다. 집에서 틈틈이 다만 몇십 분만이라도 피아노 연주를 하면 기분이 좀 전환되지 않을까 싶다. 100만원 정도 피아노면 될 것 같은데, 이직을 하고 퇴직금을 받게 되면 그때 사 볼까 싶다.
에세이를 쓰고 싶어졌다. 생각과 감정의 단말마 같은 끄적임이 아니라 정제된 언어로 내 생각을 조리 있게 풀어내보고 싶어졌다. 에세이 쓰기는 나를 위한 작업이 될 것이다. 주제도 대충 생각해 두었다. ‘완전한’ 또는 ‘완벽한’ 사랑에 관한 것이다. 몇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연작으로 실어볼까 싶다. 다시 하고 싶은 게 하나 둘씩 생기는 것을 보니 살짝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봄은 계속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3월에 몇 가지 기대되는 일들을 기다리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 재판은 짧게 끝나기를 바라며, 이렇게 또 한 주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