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재벌집 막내아들

무소의뿔 2022. 12. 28. 12:52

잘 만든 드라마는 인생의 무료한 시간을 채워주는 훌륭한 소일거리가 된다. 연말 뒤숭숭한 때 재벌집 막내아들 덕분에 16회차 분량의 꽤 긴 시간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잘 소모했다. 이렇게 죽음으로 내딛는 또 한 걸음의 발자국이 의미 있게(?) 채워졌다.

마지막 16화는 용두사미의 전형을 보여주는 다소 아쉬운 마무리였지만, 15화까지의 전개는 꽤 흥미진진했다. 순양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들 간의 치열한 수 싸움, 그리고 두말 할 것 없는 명품이었던 이성민의 진양철 회장 연기까지 정말 오랜만에 흥미를 갖고 몰입할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모든 것을 안 채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진짜 못해도 1천억 원 정도 부는 일굴 수 있을텐데... 나이가 어느 정도 차고 나니까 내 삶의 한계가 보인달까? 꿈과 열정만으로도 가득 찼던 (불과 몇 해 전인 것 같기도 하다) 시기도 있었는데 말이다. 2022년은 내 안의 피터팬이 드디어 죽은 해일지도 모르겠다.

극중 송중기가 꾸러기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은 정말 못마땅하다. 연기 짬밥이 꽤 되는데도 아직도 연기가 어색하다. 송중기는 드라마가 끝나니까 영국인 여자친구를 언론에 공개했다. 생각해보니, 송중기보다 더 못마땅한 것은 작가의 역량이다. 아니 떡밥 회수도 제대로 못하면서 급하게 극을 마무리하다니... 실컷 잔치상 차려 놓고 막판에 밥상을 뒤엎는 격이다.

그래도 16화의 아쉬움을 차치한다면 근래 봤던 드라마 중에서는 그나마 수작이라고 뽑을 수 있겠다. 당분간 유튜브 쇼츠에 이성민 명연기 짤이 자꾸 올라올 것 같은 강한 예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