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 줄 서서 먹는 순대 맛집 - 기절초풍 왕순대
예술의 전당에서 집으로 넘어오는 길에 아빠가 낙성대에 순대 잘 하는 집이 있다고 말씀하셔서, 어차피 점심도 먹어야 하니 한 번 들려보기로 했다. 학교를 오래 다녔지만 낙성대 쪽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갈 일이 없어서 낙성대 상권에 빠삭한 편은 아니다. 졸업 이후에는 샤로수길에 들린다고 몇 번 가보긴 했지만, 여전히 익숙치는 않다. 기절초풍 왕순대는 샤로수길의 낙성대 쪽 끝에 위치해 있다.
순대국이 아직 9,000원인 점이 마음에 든다. 우리는 순대국 2개와 모듬순대를 주문했다. 머릿고기와 모듬순대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얼결에 모듬순대를 골랐다.
기본 찬 세팅. 여럿이서 새우젓을 쉐어해야 한다는 점은 좀 아쉬웠다. 김치와 깍두기 맛은 매우 훌륭했다.
모듬순대 등장!!!! 가운데는 머릿고기와 혀, 그리고 살코기를 삶아낸 것이고 그 주변을 순대가 둘러싸고 있다. 20,000원이라는 가격이 적정해 보이는 정도의 양이다.
이 집 순대는 특이하게 진짜 내장으로 순대피를 만든다. 그래서 순대피가 훨씬 더 부드럽고 쫀득한 맛을 낸다. 순대 속도 훌륭하다. 찹쌀과 야채와 당면의 조화가 훌륭하다. 단단한 느낌은 아니지만 입 안에서 퍼지는 정도와 씹히는 감이 아주 부드럽다. 기억에 남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다.
아버지 가라사대, 돼지의 혀라고 한다. 진짜일까? 근데 되게 부드럽다.
수육 같은데 부드럽고 맛있다.
순대국도 전반적으로 훌륭했다. 가격에 비해 건더기가 아주 풍성한 점이 우선 마음에 들고, 국물 맛도 훌륭했다. 하지만 나의 최애, 아성의 만복순대국에는 살짝 미치지 못하는데, 그 결정적 차이는 만복순대국에서는 돼지곱창을 순대국 재료로 쓰지 않는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기절초풍왕순대에서는 순대국 재료로 돼지곱창이 꽤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 약간 국물이 텁텁한 느낌이 살짝 있다.
순대국에 들어가는 순대는 내장을 쓰지 않고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순대피를 쓰는데, 아마 국을 끓이면서 순대가 퍼지는 문제 때문인 것 같다. 속재료는 동일한 듯하고 맛은 훌륭하다.
반쯤 먹은 상태인데도, 아직 건더기가 풍성하다. 혜자롭다. 만복순대국을 5점이라고 친다면, 가격과 맛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4.7점을 주고 싶은 맛이다. 또 먹을 의사가 있지만, 낙성대를 갈 일이 또 있을까 싶다.